논설

전문·종합건설 간 업역 규제 폐지 시행 이후 보완조치 마련이 난항을 겪고 있다. 양 당사자가 있으니 한편으로는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건설업 전체의 발전과 생산체계 혁신이라는 대의를 무시한 채 눈앞의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전문건설 업계가 바라는 바는 금도(襟度, 남을 포용할만한 도량)와 공정에 관한 것이다. 영세 전문업체 보호 대책을 강화하고 상호 시장진출의 문턱을 형평에 맞게 맞추자는 것이다. 영세업체 보호를 위해서는 소규모 전문공사에 종합업체 참여를 일정 범위 내에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소규모 전문공사를 주력으로 수행하는 수많은 영세업체가 고사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따라서 공사비 2억원 미만 전문공사만큼은 관급자재나 부가세를 제외해주고 시공능력평가액 100억원 이상의 토목건축공사업체는 5억원 미만의 전문공사 도급을 금지토록 하자는 게 현장 업체들의 요구이다.

이와 함께 전문·종합 간 상호진출 시행 결과 불공평이 드러난 이상 즉각 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공공공사부터 업역 칸막이 폐지를 시행한 결과 영세 전문업체들의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전문건설협회가 올 전반기 발주된 상호시장 허용 공공공사를 분석한 결과 전문공사 6317건 중 종합업체가 1767건(27.9%)을 수주했다. 이에 비해 전문업체는 종합공사 5005건 중 380건(7.6%)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종합이 전문에 진출하는 비율이 그 반대 사례와 비교해 무려 4배나 높은 것이다. 이런 수치는 한마디로 종합이 전문으로 가는 건 쉬운 데 비해 거꾸로 전문이 종합으로 가기에는 문턱이 너무 높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업역 칸막이 제거 자체를 ‘원위치’로 하자는 게 아니다. 칸막이를 제거했으되 아직도 문턱 높이가 공평하지 않은 만큼 그 문턱을 형평에 맞게 맞추자는 것이다.

어떤 정책이든 시행 후 시행착오나 문제점이 나타나면 보완하고 다듬는 게 당연하다. 이해당사자와 정부, 노사 간 합의로 나온 정책을 당장 뒤집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보다는 문제점과 시행착오를 빨리 파악해 얼마나 신속하게 잘 수정·보완하느냐가 관건이다. 이 과정서 이익을 놓고 다투는 양 당사자가 있는 사안이란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힘을 배경으로 한 일방적 짓누르기는 금물이다. 하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한둘이 아니다. 상호시장진출이나 업역 개편과 상관도 없는 사안을 놓고 심한 앓는 소리를 하는 일도 있다. 때로는 앓는 소리 정도가 아니라 거의 협박 수준으로 다그치기도 한다. 전문공사를 전문으로 발주하는 것은 발주자 권리이자 고유 영역이다. 그런데도 입찰 심사 중인 사안에 대해 전문업체의 능력을 깎아내리며 비난하기도 한다. ‘내 것은 내 것이고 네 것도 내 것이다’라는 놀부 심보가 아니고 무엇인가. 큰 정책을 보지 않고 개별 사업자들의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해서는 답이 없다. 영원한 대립과 갈등의 연속이 될 것이다. 건설업 모두가 후퇴하는 길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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