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소비자물가에서 식료품, 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교란요인을 제거한 기조적 물가 흐름을 살펴본 결과 기조적 물가 상승률이 2%에 육박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물가상승 압력이 일부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30일 한국은행의 ‘BOK 이슈노트’에 실린 ‘기조적 물가지표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기조적 물가의 오름세는 지난해 초 코로나19 충격의 영향으로 큰 폭으로 둔화됐다가 올해 3월 이후 다시 확대되고 있다.

기조적 물가는 소비자물가에서 변동성이 큰 교란요인의 영향을 제거한 지표로,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관리제외 근원물가’와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조정평균물가’, ‘경기민감 근원물가 변동’ 등 6가지 기조적 물가지표를 평균해 산출했다. 중기 시계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공식 통계는 아니다.

한은이 자체 집계한 결과 기조적 물가 상승률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지난해 1월 1.4%(전년동기 대비)였으나 코로나19 충격으로 같은 해 4월 0.6%로 낮아졌다가 올해 3월 1.2%, 4월 1.6%, 5월 1.6%. 6월 1.7%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7월에는 1.9%로 2017년 3월(1.9%) 이후 4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4월 이후 소비자물가가 2%를 상회하는 등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최근의 물가 오름세 확대는 농축산물 및 석유류 가격 상승과 지난해 유가 급락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에서 식료품·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도 무상교육 등 정부정책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관리물가가 반영돼 기조적 물가흐름을 파악하는 데 상당한 교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반면 기조적 물가지표는 교란요인의 영향이 제거돼 소비자물가에 비해 변동성이 낮고 지속성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소비자물가와 기조적물가를 살펴보면, 소비자물가가 가장 낮았던 지난해 5월(-0.3%)과 가장 높았던 7월(2.6%) 간 2.9%포인트나 차이가 났으나 기조적 물가의 경우 가장 낮았던 지난해 4월(0.6%)과 가장 높았던 올해 7월(1.9%)과 1.3%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소비자물가는 식료품, 에너지 등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기조적물가에 비해 변동폭이 2배 이상 높다.

이동원 한은 물가통계팀 차장은 “지난해 기조적 물가지표 상승률은 0.9%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0.5%보다 평균적으로 0.4%포인트 높았던 반면올해 1~7월 중에는 기조적 물가 상승률은 1.4%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1.9%보다 0.5%포인트 낮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조적 물가지표의 오름세 확대에 비추어 볼 때, 물가상승압력은 일부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회복에 기대인플레이션율까지 오르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한은 자체 계산 결과 대다수 기조적 물가지표에서 40% 내외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서비스물가는 올들어 7개월간 2.5%나 상승했다. 이에 따라 CPI 개별품목물가 상승률 분포가 전반적으로 상향 이동하면서 올 7월 가중중위수물가 상승률(1.4%)은 지난해 4월(0.3%)에 비해 큰 폭(1.1%p)으로 높아졌다. 또 물가상승품목의 비중을 나타내는 물가상승확산지수도 올 2분기 상승 전환됐다.

한은은 이러한 기조적 물가의 오름세 확대는 최근의 경기회복세를 반영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 차장은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공급측 요인의 영향이 줄어들면서 향후 점차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향후 경제회복세가 이어지면서 물가에 파급되는 데 어느 정도 시차가 있다는 점을 보면 기조적물가는 경기 회복 기조에 맞춰 내년에도 상승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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