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20년 넘게 점유해 도로로 사용한 땅이라면 국가가 무단으로 점유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 국가 소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 말소 등기 소송을 제기한 이모씨의 상고심에서 이씨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2019년 이씨는 파주시에 있는 125㎡ 규모의 도로가 자신이 상속받은 땅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913년 일제의 토지조사사업에 의해 작성된 토지조사부에 따르면 해당 토지는 이씨의 증조부 소유로 기록돼 있다. 6·25 전쟁으로 멸실됐다가 1961년 복구된 토지대장에도 소유자는 이씨의 증조부로 기록됐다.

하지만 1978년 토지대장상 소유자명은 이씨의 증조부에서 ‘소유자 미복구’로 정정됐고, 1996년 6월 다시 국가 명의로 바뀌었다.

이에 이씨는 토지대장을 변경한 명확한 근거가 정부에 남아있지 않은 만큼 토지대장 변경은 당시 공무원의 착오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고, 1심과 2심은 이씨의 주장을 인정해 국가에 소유권 보존 등기를 말소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토지조사부에 소유자로 등재돼 있다면 소유자가 변경됐다는 명확한 증거를 국가가 제시하지 않는 이상 토지조사부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국가가 해당 토지를 20년 이상 점유하고 있었던 점에 주목했다. 민법 245조에 따르면 20년간 소유 의사를 갖고 특별한 분쟁 없이 부동산을 점유하면 등기를 통해 소유권을 갖게 된다.

대법원은 “국가가 토지취득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더라도, 국가가 적법한 절차를 거쳤을 가능성이 있어 국가 점유권을 함부로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국가가 20년 넘게 해당 토지를 점유한 만큼 등기가 잘못 됐다고 증명할 책임이 국가가 아닌 원고에게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자주점유의 추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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