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와 나와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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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와 나와바리
  • 논설주간
  • 승인 2021.09.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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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일본 성곽 건축에서 줄을 이용한 평면계획을 ‘나와바리(縄張り)’라고 불렀다. 전투와 방어, 주거지 보호 등을 위해 성채 내부를 구획화한 것이다. 이는 훗날 영향력이나 세력이 미치는 영역을 이르는 속된 말로 흔히 쓰인다. 가령 조직폭력배가 상권을 나눌 때도 각자 영역을 나와바리라고 표현한다. 공무원도 관할 구역을 나눌 때, 일반인들은 간혹 농담처럼 이 말을 쓰기도 한다. 일제 잔재 외래어인데다 조폭들 용어로, 없어져야 마땅하다.

용어도 용어지만 그 이면에 풍기는 냄새가 고약하다. 구역을 나누되 그 이유가 대체로 건전치 못하다. 이권을 나누거나 책임을 회피하거나 하는 것들이다. 요즘 건설현장서 자행되고 있는 노동조합들의 횡포를 보면 자연스레 이 말을 떠올리게 된다. 시대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인가. 노조와 나와바리라니.

노조가 건설현장을 돌며 소속 노조원들 고용과 각종 기계장비 투입 등을 강요하는 행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행태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노골화되고 있어 문제다. 특히 노조 단체 간 세력 확장 싸움에 가장 큰 피해자는 직접 공사를 수행하는 전문건설업체들이다. 등 터지고 코피를 쏟을 일이 하나둘이 아니다.

노조 단체들은 우선 지역별로 신규 현장이 생기면 건설사와 규모 등 기본 사항들을 파악한 뒤 담당자를 찾아가 소속 노조원과 장비·기계 투입을 강요한다. 요구가 먹히지 않으면 실력행사에 들어간다. 대표적인 게 고발과 보복성 집회를 통한 소음 등 의도적인 민원 야기하기다. 또 공사장 입구에서 비노조원의 출입을 막거나 태업을 유도하기도 한다. 업체들은 속수무책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전 규정 미준수 등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규정을 지키면 되지 않느냐는 반문이 나올 법도 하지만 강화된 안전 규정을 세세히 따지면 빠져나갈 길이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힘든 작업장에서 인력이 달려 하는 수 없이 외국인 인력을 쓰면 외국인 근로자를 불법 고용한다고 신고해버린다.

이쯤 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 “법과 규정을 제대로 지키고 불법이 있으면 신고하라”라는 말도 어찌 보면 영혼 없는 주문이다. 건설업체들은 정부가 사실상 나 몰라라 방치한다고 볼멘소리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관계기관에 엄정한 법 집행을 요청하겠지만 노사, 노노 갈등에 권익위가 직접 개입하기는 곤란하다는 반응이다. 국토교통부는 고용노동부 소관의 채용절차법을 통해 노조의 채용 강요 관행을 막을 수 있다고 하나 이 법은 상시근로자 30명 이상에만 적용돼 대부분 소규모인 전문업체들은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다. 고용부는 건설업계에만 이 법을 확대 적용할 수 없고 오히려 국토부 주도의 노사정협의체에서 해결할 문제라고 조언한다. 책임 떠넘기기, 영역 떠넘기기를 보는 것 같다. 이러니 노조가 점점 더 안하무인, 무소불위로 가는 것 아닌가. 관계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주지 않으면 어쩌란 말인가. 그야말로 무법과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그들의 질서에 순응하며 살란 말인가.

[논설주간] koscaj@kos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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