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20, 30대 유권자의 표심에 관심이 높다. 이 세대는 감정의 흐름을 집단적으로 빠르게 잡아가는 편이다. 그런 탓에 이른바 집단적 지지의 잠재성을 지닌다. 그래서 대부분 후보들은 이들의 감정선과 손을 닿으려 최선을 다한다. 윤석열은 ‘민지’라는 이름을 만들어 슬쩍 발을 밀어 넣었다. 홍준표는 ‘귀여운 아재’ 이미지를 연기하고 있다. 이재명은 시원시원한 행보로 젊은 감각과 궁합을 맞추려 한다. 이낙연은 이들을 청년층으로 묶어 호명하며 청년 복지를 뒷받침할 점잖은 신사의 이미지를 내세운다.

모든 대선 캠프에선 20, 30대와의 눈맞춤 전략에서 이미지 연출과 함께 주택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끼워두고 있다. 주택정책이 이번 대선의 흐름을 좌우할 최대 결절점임을 잘 인지하고 있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뼈저리게 경험한 탓이다. 주택정책 공약으로 20, 30대를 품에 안고 대권까지 거푸 안기 위해서 온갖 아이디어를 풀어댄다. 갈피를 잡기 힘들 정도로 공약 발표를 하는 탓에 그를 정리하기 위해선 범주화가 필요할 정도다. 대권 후보의 주택 공약을 유형별로 나누며 말을 이어가 보자.

첫 번째 부류는 ‘공급폭탄형’이다. 이재명은 임기 중에 250만호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 100만호는 공공주택의 일종인 ‘기본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공약한다. 정세균은 아예 공급폭탄을 언급하며 그를 최종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280만호를 공급하겠다며 부동산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두 번째 부류는 ‘택지확보형’이다. 이낙연은 경기 성남에 있는 서울공항을 이전해 그 땅에 3만호를 지어 우선 급한 불부터 끌 작정이라 한다. 이후 거기다가 4만호를 더 지을 수 있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김포공항을 옮겨 20만호를 짓고 원가 수준으로 공급하겠다는 박용진의 공약도 이에 속한다.

세 번째는 ‘규제완화형’이다. 홍준표는 부동산 개발에 장애가 되는 법적 규제를 푸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재개발, 재건축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하자고 한다. 유승민은 주택 구입 시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완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건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와 신혼부부를 위해선 더 큰 규제완화를 하겠다며 공약한다.

네 번째는 ‘저가공급형’이다. 윤석열은 건설 원가로 약 30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며 무주택 청년층을 겨냥한 공약을 내놓았다. 원희룡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정부가 절반을 투자하는 국가찬스 반반 투자 주택을 공약했다. 최재형은 청년, 신혼부부에게 토지 임대부 주택을 반값에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각 유형을 둘러싸고 자당, 타당 경쟁 후보들은 갑론을박이다. ‘공급폭탄형’은 이른바 헛된 공약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을 땅도 구하지 않은 채 일단 터트린 공약이라는 비판이다. ‘공터이전형’은 흘러간 레퍼토리라는 공격에 직면한다. 그리고 지정한 공터(공항) 확보가 성사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도 뒤따른다. ‘규제완화형’은 가격 상승이라는 고질적 문제를 더 악화시킬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저가공급형’은 재원 마련에 대한 대책 없이 내놓았다며 포퓰리즘적 공약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약 제시와 비판 세례가 오가지만 마땅히 눈길 줄 만한 곳은 없다. 분노를 줄이며 가슴 설레며 들어줄 담론이 아직은 부재하다. 공약 경쟁을 통해 더 다듬어지고. 실질적이며, 궁극적으로는 혜택을 줄 공약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몇십 년 묵은 이 문제를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끄러움도 담아주길 기대한다. 주택문제가 20, 30대만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 절멸을 운위할 정도의 온 사회의 문제라는 사실, 그를 풀지 않고선 미래를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며 고민해주길 바란다. 우리 모두 자기성찰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사회통합적인 주택 공약을 간절히 기다린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라.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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