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대한민국 현재 시점에서 백신과 주택의 공통점을 말한다면 둘 모두 공급이 달린다는 게 제일 먼저 떠오른다.

세계가 인정한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은 아직 백신 접종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충분한 백신을 확보하지 않아서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 가격은 2000만원을 돌파했다. 정부 규제 등 여러 요인에 따른 신규·재고주택 공급·거래 부족에 따른 결과다.

두 번째 공통점은 정부의 오판과 어설픈 개입에 따른 실패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인지 모르겠으나, 한국이 백신 확보에 늦은 것이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담보 없이 구매하지 말자는 정책 당국과 전문가 집단의 의견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또 백신이 공공재라는 관점에서 보면 정부는 당연히 그랬어야 한다.

비슷한 측면에서 기업 등 민간에 맡겼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다소 위험하고 단가가 올랐을 수는 있지만 ‘고위험 고수익’도 기업으로선 외면할 수 없는 전략이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 가격안정과 투기억제를 정책목표로 지금까지 20번이 넘는 굵직한 시장개입 대책을 내세우며 집값을 통제하려 했지만 규제 위주 정책으로 두 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하지 못했다. 정부는 경제 논리대로 민간과 시장 흐름에 맡기라는 목소리를 외면했다. 그래서 현시점의 정책 실패와 부동산 실정(失政)은 당연한 결과다.

차이점도 있다. 백신은 기다리면 맞을 수 있다. 공급이 단박에 이뤄지진 않지만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원하는 국민은 나라가 정한 순서대로 차례차례 맞을 수 있다.

반면, 집은 평생 기다려도 얻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3개 국책연구소가 협동 연구해 지난달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제출한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전략’ 보고서 총론 서두에는 “연이은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서울 소재 아파트 가격이, 국민들의 소득 수준으로는 평생동안 모아도 살 수 없을 정도의 수준으로 급등해 버렸다”는 내용이 있다.

언론이 일제히 보도한 이 보고서는 역대 정부와 현 정부의 부동산 실패의 원인을 짚었다. 정부가 부동산 실정의 책임을 국민 탓으로 전가하고, 징벌적 과세로 일관한 것도 잘못이라는 지적도 포함됐다. 정치가와 공직자가 부동산값 상승을 조장·방치했다는 분석도 정부에서 보면 뼈 아픈 대목이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임대차 3법’과 공공주도 개발 등의 정책의 한계도 거론했다.

옳은 내용이라는 시장의 반응이 뒤따랐다. 이런데도 일각에선 ‘집값 상승이 언론보도 탓’이라는 해괴한 변명이 통하고 있다.

대한부동산학회 서진형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집값 급등이 과연 언론 탓이냐는 필자 질문에 “이 정권이 부동산 실패를 받아들이고, 이제 책임 전가 수순을 시작한 것 같다”고 답했다. 정권 말, 정책 실패에 대한 면피 작업을 시작했다는 의미다.

그 말을 들어서 그런지 진짜 국정 최고위층 집단에서 최근 집값 잡기에 대한 언급이 거의 사라진 것 같다. 백신에 대한 변명은 계속된다. 당국자가 미국에 건너가 백신 제조사와 협상을 하는 듯한 모양새도 취했다. 이제야 정부가 국민 요구에 답한 것일까. 부동산과 관련해 “제발, 더는, 아무것도 하지 말아 달라”는 그 요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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