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히 짐작은 했지만 막상 드러나고 보니 그저 놀랍다. 대장동 개발사업 얘기다. 신도시 개발마다 끼리끼리 어느 정도 이권이 오갈 것이라 추측은 했지만 그 정도인지는 몰랐다. 몇백만원 넣어 몇백억씩 수익이 났다. 서른두살 ‘말단’ 사원에게 50억원의 퇴직금(혹은 산재위로금)이 쥐어졌는데 그는 “회사가 엄청난 수익을 남겼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이뿐인가. 대법관, 특검 출신의 법조인들이 법률자문 등을 해주며 월 수백만원을 받았다. 일부는 이들의 자녀들도 연루됐다고 한다. 알만한 전현직 정치인들의 이름도 거론된다. 건축사 승효상이 한 도시인문학 강의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우리의 신도시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야합에 의해 만들어진 곳”이라고. 그 말이 딱 맞았다.

대장동개발사업은 ‘대선 경선’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그나마 실체가 어느정도 드러난 ‘운좋은’ 케이스다. 그동안 묻힌 개발비리 의혹은 얼마나 많을까. 당장 지난 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도 엘시티 특혜분양 건이 논란이 됐다. 대부분은 정치공방에 묻혀가면서 무혐의로 끝났지만, 대장동 건처럼 파고들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단언하기 힘들다. 대장동 개발사업 역시 한 달 전만 해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자랑거리였다.

적지 않은 부동산 개발사업이 비리 의혹에 휘말리는 것은 부동산 공화국의 업보다. 천문학적인 개발이익을 보고 꾼들이 모여들었고, 카르텔을 만들어 이익을 나눴다. 공공도 다르지 않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의혹은 이미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 부동산은 고양이 앞의 생선이었던 셈이다.

어쩔 수 없이 ‘땅의 공공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우리나라처럼 토지가 한정적인 나라에서는 인허가 자체가 곧 엄청난 수익을 보장한다. 대장동개발사업은 1조원에 달하는 개발이익이 발생했고 이 중 4000억원을 민간(화천대유)이 가져갔다. 절반 이상을 공공(성남시)이 환수했다고 하지만 4000억원은 여전히 천문학적인 돈이다. 개발이익의 일정부분을 회수할 개발부담금제가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실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사업 인가를 받은 2016년 당시 개발부담금 부담률은 10%에 불과했다.

대장동개발 의혹이 더 화가 나는 것은 이렇게 돈을 번 사람들이 다시 땅과 건물을 사더라는 거다. 막대한 차익은 강남과 목동의 건물과 집에 재투자됐다. 땅을 통해 돈을 벌고, 그렇게 번 돈이 다시 땅으로 흘러 들어갔다. 어디 좋은 데 기부하거나 썼다는 얘기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 탐욕의 끝판왕들이다.

그러니 차제에 수익의 상한선을 제한하는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아예 법률로 개발에 참여하는 민간이 일정 이상의 이윤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못 박자는 거다.

개발이익 환수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부동산개발업계는 반대해왔다. 큰돈을 끌어와 사업을 추진하기까지 발생하는 리스크를 감안할 때 수익을 제한하면 민간 참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수익을 공공에 환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과거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이 크다. 개발업자의 리스크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대장동과 같은 수익은 국민정서상 받아들이기 힘들다.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기왕 수사를 시작한 것, 제대로 해서 개발업계의 관행을 바꿨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실체를 얼마나 파헤칠지는 모르겠다. 대선 때문에 대장동이 드러났지만, 결국은 대선 때문에 대장동은 묻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장동개발 의혹은 이미 경제 이슈가 아니라 정치 이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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