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1. 비계공사업을 하는 A사는 새로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확보하고 안전교육도 철저히 했다. 하지만 안전난간의 안전고리 매듭이 풀어지면서 근로자가 추락, 사망했다. A사 사업주는 구속됐고 안전 규정 준수 등이 일부 인정은 됐으나 하한형인 법 규정에 따라 징역 1년의 실형과 함께 2억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안 그래도 빠듯한 살림에 사업주까지 구속되자 이 업체는 결국 6개월 만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2. 철근콘크리트 업종의 B사에서는 한여름 알루미늄폼 작업 중이던 60대 근로자가 쓰러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인은 열사병에 의한 급성 심정지로, 폭염 속 작업이 원인이라는 법원 판단에 따라 경영책임자는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현장 책임자는 섭씨 33도의 무더운 날씨였지만 폭염경보가 내려질 정도는 아니었고 휴식과 교대 등 안전 의무를 모두 준수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해당 근로자가 평소 술, 담배를 과하게 했고 당뇨와 고혈압 등 지병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법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소송에도 1억원 가까운 비용이 들어갔다. 회사는 사업주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인해 사업 규모 축소, 신용 하락 등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내년 1월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될 경우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두 사례 모두 웬만한 법 규정을 지켰으나 불행한 사고와 감옥살이를 피할 수는 없다. 실제로는 별의별 상황이 다 벌어질 게 뻔하다. 건설사에 이런 일이 현실화하는 것은 악몽이다.

건설 안전사고 방지가 건설업계 최대 당면과제로 떠오르면서 업체들이 대응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입법 시도 중인 건설안전특별법 등 안전 관련 초강력 규제에 대비한 조치들이다. 그중 하나가 ‘DfS(Design for Safety·설계안정성 검토)’이다. 이는 원래 설계 영역이지만 이를 시공, 공법, 자재, 가시설, 철거까지 확대한다는 개념이다. 주체는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시공사가 맡는다. 건설현장은 물론 준공 이후의 시설물 유지관리와 운영, 보수공사 안전까지 고려한다. 예컨대 위험한 철골 대신 사전 용접이나 모듈러공법을 활성화하고, 가시설물인 안전난간 대신 본체 기둥에 추락 방지 와이어를 연결하는 식이다. 또한, 훗날 보수공사를 위해 시설물 지붕에 와이어나 안전띠를 걸 수 있는 장치를 미리 설치하는 것 등이다.

당연한 일이고. 잘하는 일이다. 물론 그전에 규제의 불합리성, 형평성, 지나침, 무리수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의 1년 이상 징역 하한형은 이른 시일 내 수정·보완해야 한다. 건설안전특별법 같은 중복규제 입법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한편으로 그에 따른 대비책은 실천해나가야 한다. 다만 이 모든 일에는 그만큼의 비용이 전제됨을 인정해야 한다. 그냥 말이나 계획서로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철저한 건설안전 시스템 구축과 실행에는 그만큼의 비용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결국 건설안전 역시 적정공사비 문제로 귀결된다. 기승전, 적정공사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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