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12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며 탈원전 폐기를 사실상 선언했다.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강국을 만들겠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원전 정책 변경은 건설업계에도 꽤나 큰 관심사가 된다. 원전 추가건설은 수조원이 드는 초대형 건설사업이다.

그런데 새 정부의 탈원전 폐기 정책을 보면 의문이 하나 든다. 원전가동률을 높이면 필연적으로 핵폐기물들이 더 많이 배출될텐데, 핵폐기물 처리대책은 아직 구체화된 게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사용후핵연료, 이른바 고준위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할 저장소가 없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지하에 있는 임시저장소에 쌓아두고 있다. 문제는 임시 저장소가 2031년 영광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고리 원전, 한울 원전, 신월성 원전, 새울  원전이 차례로 포화된다는 것이다. 사용후핵연료를 빽빽하게 채워넣으며 포화시점을 최대한 늦추고 있지만, 중수로형 월성 원전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얘기가 나온다. 올해 말이면 더이상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공간이 없어 맥스터(임시저장시설)를 추가 건설해야 할지도 모른다.

윤석열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대해 자신있게 언급하지 못하는 것은 방폐장이 가진 폭발력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한국은 핵연료봉 같은 고준위 폐기물이 아닌 발전소 작업자들의 옷이나 장갑 같은 중·저준위 폐기물 관리시설 부지를 정하는데도 무려 19년이 걸렸다. 정부가 방폐장 부지를 물색하기 시작한 것은 1986년이고 경주에 중·저준위 방폐장을 설치하기로 결정이 된 것은 2005년이었다. 

역대 정부는 충남 태안군 안면도(1990년), 인천 옹진군 굴업도(1994년), 전북 부안(2003년) 등에 방폐장을 건설하려 했지만 그때마다 ‘민란’ 수준의 저항을 받고 포기해야만 했다. 

고준위 핵폐기물은 원전에서 사용하고 남은 폐연료봉을 말한다. 현 과학기술로는 처리할 기술이 없어 자연상태로 돌아가기만을 기다려야 하는데 이게 10만년이 걸린다. 지하 깊숙이 묻어 영구보관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이런 부지를 선뜻 내어줄 지역은 기대하기 힘들다. 지난해 3분기까지 원전부지에 임시보관중인 고준위 폐기물은 50만 다발이 넘는다. 

고준위 방폐장 건설은 지금으로서는 기약이 없다. 박근혜 정부 때 처음 논의를 시작했지만, 건설 시기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2015년에는 “2020년까지 영구처분 부지를 선정하고 2051년 건설”하겠다고 했다가 2016년에는 “2028년 부지 확정, 2053년 건설”로 늦춰졌다. 문재인 정부는 올 1월 “부지 선정 절차 착수 후 20년내 중간저장시설을, 37년 내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핵심은 부지선정 절차에 언제 착수하느냐지만, 여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고준위 방폐장에 대한 대책없는 원전확대는 화장실 없이 식당만 많이 짓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이래서는 탈원전 폐기 정책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도 힘들다. 윤석열 정부는 폭탄을 더 돌릴 수도 없다. 월성 원전이 올해 말 포화된다면 맥스터 추가 건설은 당장 맞닥뜨릴 현안이 되기 때문이다. 올해 고준위방폐장 부지선정 절차에 들어가도 완공되는 것은 2060년이다. 윤석열 정부는 과연 임기 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부지 마련을 시작할 수 있을까? 고준위 방폐장 건설이 추진된다면 국내 건설업계에도 뜨거운 이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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