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윤석열 정부가 5월10일 출범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들이 만만치가 않다. 특히 최근 다양한 리스크 요인들이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새 정부는 여러 개의 현안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연립방정식에 직면해 있다. 문제는 반드시 존재한다는 보장이 없음에도 무조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한 해법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세 가지의 딜레마를 생각해 보았다. 

첫 번째는 새로운 성장전략과 국민 체감과의 간극이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의 성장전략, 즉 선분배-후성장의 분수효과(fountain effect)를 통한 내수 중심의 경제성장을 추구했다. 소득주도 성장전략의 장점은 국민이 체감하기 쉽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인상, 정규직화, 주 52시간 근로 등과 더불어 복지를 확대해 소득과 소비를 늘려 경제성장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이 성장으로 이어졌는지는 많은 의구심이 들지만, 국민들이 분배와 복지에 대한 정책적 비중이 높아졌다고 체감하는 바는 컸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선성장-후분배를 통한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의 친시장·친기업의 성장전략을 가진다. 기업 활력을 높이고 규제를 개혁해 시장경쟁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는 경제를 추구한다. 이러한 성장전략은 주류 경제학적 정통성을 가지며 많은 경험적 연구결과들이 축적돼 있어 큰 실패를 볼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단기적으로는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규제 개혁도, 시장이 변화하는 것도 하세월이다. 그다음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는 것도 시간이 걸리고, 이후 그 성과가 사회의 아랫목 온기로 이어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아마도 지금부터 부지런히 해도 임기 내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2024년의 총선, 다시 2027년의 대선 등 과연 2~3년마다 한 번씩 치러지는 정치 일정에서 계속 낙수효과를 가지고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당장 표에 도움이 되는 분배와 복지 중심으로 전략이 선회할 가능성을 우려해 본다.

둘째, 단기적 현안에서는 성장과 물가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딜레마를 들 수 있다. 우선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것이다. 이미 3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1%로 10년 3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나아가 이러한 고물가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도 최소 3%대 후반에 이를 전망이다. 한편, 실물 경제의 방향성도 불확실하다. 당초 오미크론이 끝나가면서 경기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 예상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세계 경제가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오면서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더 커졌다. 이에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로 표현되는 ‘저성장-고물가’ 현상이 서민 경제를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 현안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간단치가 않다. 물가 안정을 위해서 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회수해야 한다. 반면 저성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한다. 즉, 한쪽에서는 돈을 풀고 한쪽에서는 거둬들이는 모순된 정책조합을 하게 된다. 잘못하면 이도 저도 아닌, 하나마나한 정책이 된다. 이러한 액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정책조합은 세심하고 정교하면서도 시차 효과까지 고려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경험상 정부 정책이 그러한 핀셋 효과를 가진 적은 별로 없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부동산 시장 대책이 주된 쟁점이었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스탠스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를 뒤집는 것일 수밖에 없다. 핵심은 규제 완화이다. 부동산 관련 세제의 세율 인하, 대출 규제 완화 등이 내용이기 때문에 당연히 시장 수요를 자극하는 영향을 미친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동산 시장을 다시 랠리 국면에 진입시킬 수도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공급 확대 정책을 동시에 추진한다고 한다. 임기 5년 동안 수도권 130만 호 이상의 공급을 포함해 전국에 250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이다. 물량 규모로 보면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부지 확보, 시공사 선정, 공사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실제 시장 안정에 영향을 줄 정도의 물량이 공급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은 당연하다. 특히 이 공급 정책은 재건축·재개발도 포함된다. 자칫 강남과 같은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투기 과열이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여러 가지 복잡한 대내외 환경 속에서 새 정부가 일을 시작한다. 많은 경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도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과거에 그렇게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리하면 된다는 식 또는 위기의 징후가 분명 있는 데에도 별문제 없다는 식의 경직적 사고방식이 외환위기를 가져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아슬아슬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현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문제의 핵심을 찌를 수 있는 혜안, 그리고 상황 변화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정책적 역량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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