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교통사고로 숨졌더라도 스스로 신호를 위반해 발생한 사고였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1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정상규 수석부장판사)는 숨진 A씨의 가족이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20년 5월 오토바이를 운전해 출근하던 중 정지 신호를 위반해 교차로를 건너다가 차와 충돌했다. 상대 차는 녹색 신호를 받고 운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고로 A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5일 뒤 뇌출혈로 숨졌다.

가족들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거부당하자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가족들은 A씨가 비록 신호를 위반했으나 중과실이라고 볼 수 없고, 상대 차 운전자도 전방 주시 의무와 속도 제한을 위반한 과실이 있다는 점을 들어 산업재해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고는 주로 망인(A씨)의 신호위반 등 범죄행위로 인해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산재보험법에 따라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된다”고 판단했다.

산재보험법은 근로자의 고의·자해나 범죄 또는 그로 인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다만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서 한 행위로 부상·질병·장해·사망이 발생한 경우는 예외적으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다.

재판부는 “망인이 진행하던 차로의 옆 차로에 신호 대기 중이던 차들은 망인이 교차로에 진입해 교통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며 “망인은 적색 신호에 따라 대기 중인 차들이 여럿 있는 것을 알고도 신호를 위반해 교차로에 진입했다고 볼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나 판단 착오로 망인이 교통신호를 위반해 교차로에 진입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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