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시 시작되는 코로나19의 재확산 그리고 인플레이션,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고 등을 보면 아직 한국 경제가 코로나 위기 이전의 모습을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데 우리가 최근의 경제 현안들에 시선을 빼앗겨서 그렇지 가장 중요한 화두를 잊어버리고 있다. 바로 한국 경제 최대의 화두인 ‘secular stagnation(구조적 장기침체)’이다. 쉽게 말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추락한다는 의미이다. 그 원인들도 지금과 같은 대외적인 요인이 아니라 오로지 국내 요인에 있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다. 

OECD가 최근 발표한 잠재 GDP (potential output) 자료를 가지고 주요국의 잠재성장률을 추정해 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현재(2020~2030년) 연평균 1.9%에서 10년 후(2030~2040년)에는 0.7%로 크게 추락한다. 이는 미국(1.5%), 유로존(1.0%)보다 낮은 수준이다. 나아가 2040~2050년에는 일본(0.3%)보다 낮은 0%이고, 2050~60년에는 성장률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진다. 즉, 앞으로 20년만 지나면 한국은 성장하지 않는 ‘화석 경제(化石 經濟)’가 된다는 암울한 전망이다.

OECD가 한국을 너무 싫어해서 폄하할 의도일 리가 없다. 그렇게 보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바로 노동력의 고갈이다. 과거 선진국들이 성장률 급락을 겪었던 시기에 공통적으로 관찰된 사회적 현상은 바로 출산율 저하와 시차를 두고 발생하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의 급감이다. 지금 한국의 상황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생산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는 이미 2019년 3763만명을 정점으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2030년에는 3381만명 그리고 2040년에는 2852만명으로 더 축소되고 2062년에 2000만명이 붕괴될 것으로 통계청은 전망하고 있다. 경제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 사람인데 일할 사람이 없어서 생산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제 곧 닥칠 수 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자본의 한국 이탈이다. 불과 2000년만 하더라도 국내투자 대비 해외투자 비율은 8%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1년 우리 기업들의 국내 투자 규모는 189조9000억원인데, 해외에 투자한 규모는 그것의 약 46%인 87조5000억원에 달한다.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이렇게 급속하게 증가하는 것은 다양한 원인이 있다. 생산 비용의 절감이라는 이점도 있지만, 최근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으로 해외 시장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현지 투자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국내 투자의 부진은 성장잠재력의 중요한 축인 자본이 축적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물적 생산 요소인 노동 및 자본의 투입 부족에 따른 성장률 저하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제3의 생산 요소인 효율성이 크게 높아져야 한다. 즉, R&D(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기술 혁신이 절실하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기술 혁신을 통해 생산 능력 하락을 보완하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 한국 사회 내 R&D 투자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크게 있어, 정부와 민간의 전체 국가 R&D 투자 규모가 100조원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다만 정부 연구개발사업 즉, 공공 R&D 투자의 비효율성 이슈가 지속 중이다. 특히 최근 들어 민간 R&D 투자의 물리적 공간이 국내에서 해외로 이동하는 추세가 강화되는 점이 우려된다. 

성장잠재력의 약화는 이대로 방치할 문제가 아니다. 먹고살 만한 충분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삶의 질은 떨어지고 한국 경제가 중진국으로 그리고 다시 후진국으로 역주행할 수 있다. 그런 사례는 많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첫째, 노동력 확보가 필요하다. 노동력 감소와 저성장을 고려한 산업인력 수급 로드맵이 구축돼야 하며, 특히 출산율 제고를 위한 보육 인프라의 양적·질적 수준의 강화도 시급하다. 둘째, 국내 투자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적극적인 패키지형 투자 유인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며, ‘온쇼어링(On-Shoring)’을 통한 개방형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 셋째, R&D 투자의 내실이 요구된다. 정부연구개발사업의 효율성 제고와 성과 확산에 주력해야 할 것이며, 공공·민간 연구개발 생태계의 재정립과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업 구조의 고도화가 절실하다. 쉽게 말하면 낙후돼 있는 국내 서비스업의 효율성과 혁신성 그리고 경쟁력이 지금의 수준을 크게 뛰어넘어야 한다. 낙후돼 있다는 말은 반대로 그만큼 성장할 잠재력이 높다는 의미이다. 제조업 수준의 기술혁신과 자본투입으로 서비스업의 구조가 고도화될 수만 있다면 한국 경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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