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주택의 상당수가 취약계층 거주지로 알려지면서 경기도가 반지하 주택에 대한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지난 8일부터 이어진 집중호우로 10일까지 발생한 경기도 내 이재민은 8개 시군에 176세대 311명이며, 거주지를 떠나 일시 대피한 주민은 10개 시군에 220세대 433명으로 집계됐다.

도와 시군은 피해 주민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거주 형태를 따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

다만 9일 오후 김동연 지사가 광명시 이재민 임시거주시설을 방문한 현장에서 ‘이재민 대부분이 반지하에 거주하고 있다’는 얘기가 전해졌다.

김 지사는 과거 반지하 거주 경험담을 얘기하면서 “빠른 시일 내로 위험지역과 침수가 잦은 지역, 특히 반지하 같은 곳의 현황을 실태조사를 통해 파악해 달라”고 담당 부서에 지시했다.

도가 시군을 통해 파악한 올해 6월 말 기준 도내 반지하 주택은 8만7914세대이다. 2018년 9만6009세대, 2019년 9만3023세대, 2020년 9만912세대, 2021년 8만8938세대와 비교하면 매년 감소하는 셈이다.

열악한 주거 환경과 반복되는 침수 피해에 따라 신규 건축 허가 심의를 강화하고 자연 멸실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신규 건축으로 인한 증가는 673건이지만, 자연 멸실로 인한 감소는 1116건으로 1.7배 많다. 그런데도 아직 반지하 주택이 1000세대가 넘는 시군은 도내 31개 시군 중 12곳이나 된다.

부천(1만5210), 수원(1만3727), 성남(1만2139), 안양(9671), 용인(5618), 군포(5001), 고양(4366), 시흥(3947), 광주(3361), 안산(2927), 광명(2673), 하남(1097) 등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재건축·재개발이 활발한 성남의 경우 최근 3년간 신규 증가(102세대)보다 멸실 감소(1035세대)가 압도적으로 많다.

반면 소규모 주택 난개발이 집중된 광주와 용인은 멸실 감소는 한 세대도 없고 여전히 신규 증가(각각 217세대, 178세대)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주로 다가구주택에 설치된 반지하 공간은 침수 문제뿐 아니라 일조량 부족, 환기 곤란, 습기 등으로 주거 환경이 열악하다.

도는 2020년 시군, 건축사협회와 반지하 주택 주거환경 개선 협약을 통해 신규 건축 제한과 자연 멸실을 유도하고 있지만 큰 진척이 없다.

임대인 입장에서 재산권을 내세우며 용도 폐기·변경에 선뜻 동의하고 있지 않고, 임차인 입장에서는 빡빡한 주거비로 또 다른 거주지를 찾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도는 지난해 3월 주택 거실(주거공간)을 지하층에 두는 것을 금지해달라고 국토교통부에 건축법 개정을 건의했다.

도 관계자는 “현재로선 자연 소멸을 유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고 재정 여건이 주어진다면 방재시설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반지하 거주환경 개선방안’ 보고서를 낸 경기연구원 남지현 연구위원은 “반지하 주택의 신축 허가에 대한 규제 관련 법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반지하 거주민에게 공공임대주택으로 주거 이전을 지원하고 일부 반지하 주택을 공공시설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만하다”고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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