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지역주택조합 설립 인가가 나기 전에 조합 가입계약을 체결한 이들이 있습니다. 조합 추진위원회와 조합 가입계약을 맺었습니다. 조합원부담금의 일부도 납입했습니다.  

그 후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조합 설립 인가 후 사업계획이 변경됐습니다. 조합원들에게 공급하는 아파트 전용면적이 대폭 넓어졌습니다.

조합원부담금이 2배가까이 늘어났습니다. 그러자 이들은 조합 가입계약을 해제했습니다. 이행불능 또는 사정변경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다시 말해, 조합은 조합 가입계약에서 정한 내용대로 이행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조합의 귀책사유로 인한 이행불능에 해당한다는 취지입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조합원부담금 증액은, 조합 가입계약을 체결할 당시 예측할 수 있었던 범위를 초과하는 사정변경이라고 주장합니다. 계약을 해제하고 조합원부담금의 반환을 구했습니다. 이 청구는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요.”

제1심법원은 해제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1. 1. 15. 선고 2019가합76408 판결). 지역주택조합은 통상 주택건설사업자와 다르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들이 합동행위인 설립행위와 각 조합가입계약을 통해 구성된 비법인사단이라는 의미입니다.

또한 원고들은 조합원으로서 의결권 행사 등을 통하여 피고 조합의 단체의사를 형성하는 조합의 구성원이자 조합이 가지는 권리·의무의 실질적 귀속주체라는 특수한 지위에 있다는 이유도 들었습니다. 이런 연유로 해제를 인정하는 데에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반면, 서울고등법원은 해제의 적법성을 인정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1. 10. 1. 선고 2021나2007809 판결).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조합원부담금이 2배나 증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조합원부담금 증액은 이 사건 조합 가입계약 체결 당시 원고들이 예측할 수 있었던 범위를 초과하는 변경 또는 현저한 사정변경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조합은 각 조합 가입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미 ① 애초 계약에서 정한 조합원부담금 및 세대수로는 사업 수익성이 낮고 ② 세대수를 증가하는 방식으로 사업계획을 변경하면 관할청의 승인을 받기 어려우며 ③ 이에 따라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부담금이 대폭 증액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바꿔 말해, 원고들이 부담해야 할 조합원부담금이 크게 증가한 사정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조합이 예상하지 못하였던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이 아니라, 각 조합가입계약 체결 당시부터 예정되어 있었다고 본 셈입니다. 해제가 적법하다는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이번에는 조합이 상고해 다퉜습니다. 결론은 다시 바뀝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1다286116 판결). 조합 가입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조합 가입계약서와 피고 조합규약에 건설 예정 아파트의 세대수와 주택평형 등이 변경되고 추가부담금이 발생할 가능성이 명시되어 있었다는 점을 눈여겨보았습니다. 

조합 가입계약서에서 사업개요의 변경 가능성을 상세히 정하고 있었습니다. 관련 내용을 보면, 목적물의 표시 부분 밑에 ‘아파트 세대수, 주택평형, 단지규모, 세대 간 공간구성, 부대복리시설 규모, 단지시설물 및 건물외관 등의 사업개요는 건축심의와 사업계획승인 또는 변경승인 등 인허가 결과에 의해 변경될 수 있습니다’라고 기재돼 있었습니다.

아울러 조합 가입계약서 제7조 제11항 제1호에서 ‘본 사업부지 매입과 관련하여 인허가 시 사업계획변경에 따른 건축규모 및 세대별 단위면적 등의 변경에 따라 조합원부담금이 변경될 수 있으며, 조합원부담금의 10% 범위 내에서 금액 조정에 관해 조합원들은 조합의 이사회에 위임하고, 조합은 변경 내용을 확정해 사업계획승인 후 조합원에게 개별통지하고, 조합원들은 이에 동의하고 승인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제2호에서 ‘위 제1호에 따라 조합원부담금의 10% 이상의 금액 조정이 발생될 경우, 조합총회를 개최하여 변경사항을 결의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조합규약 역시 사업계획의 변경 가능성을 전제하고 있었습니다. 즉 ‘본 사업의 시행상 필요할 경우 또는 도시계획의 변경에 따른 대지의 총면적이 변경될 경우 그 변경 고시된 면적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었습니다(제4조).

또한 ‘조합원에게 공급하는 주택의 규모는 조합의 사업계획 및 사업승인의 내용에 따라 평형별로 확정한다’고 정하고 있으며(제44조 제1항), 조합원의 탈퇴, 자격상실, 제명 등에 관한 규정(제12조) 및 조합원의 추가모집·교체에 관한 규정(제13조)을 두어 조합원 변경도 예정해 두고 있다는 점을 대법원은 주의 깊게 보았습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사업계획 변경에 관하여 조합원들의 총회승인결의가 있었던 사실도 판단 근거로 삼았습니다. 조합 임시총회에서 이 사건 아파트의 전용면적을 49㎡ 및 59㎡에서 각 70㎡ 및 84㎡로 변경하는 사업계획 변경을 승인하는 안건이 결의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실을 조목조목 살피며 원심판단에는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의 해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은,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 해제를 인정하는 데에 소극적이었던 종전 입장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대법원은, 주택법상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그 속성상 사업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즉 통상 지역주택조합 설립 전에 미리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그 분담금 등으로 사업부지를 매수하거나 사용승낙을 얻고, 그 이후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추가적으로 소유권을 확보하고 사업승인을 얻어 아파트 등 주택을 건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그 진행과정에서 조합원의 모집, 재정의 확보, 토지매입 작업 등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여러 변수들에 따라 최초 사업계획이 변경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시해 왔습니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3다75892 판결).

이러한 맥락에서 대법원은 가입계약 해제를 인정하는 데에 인색합니다. 이를 테면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이 된 사람이 사업추진 과정에서 조합규약이나 사업계획 등에 따라 당초 체결한 조합 가입계약의 내용과 다르게 조합원으로서의 권리·의무가 변경될 수 있음을 전제로 조합 가입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그러한 권리·의무의 변경이 당사자가 예측가능한 범위를 초과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조합 가입계약의 불이행으로 보아 조합 가입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12467 판결 참조).  

해제의 적법성을 부정한 이 사건 대법원 판결도 지역주택조합을 바라보는 대법원의 기존 시각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 해제의 가부를 판단할 때에는 무엇보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합니다. 특히 조합 가입계약서와 조합규약 중 사업의 변경가능성에 대한 조항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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