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과 낙타, 거대한 유전, 숨이 막힐 듯한 햇살. 두바이는 이처럼 열사의 땅으로만 각인돼 온 중동의 이미지를 바꿔놓은기적의 땅으로 불렸다.
 지난 2006년 두바이를 처음 방문했던 필자 또한 서구의 거대도시에서나 볼수 있었던 거대한 빌딩군으로 가득한 두바이의 위용에 한동안 넋을잃었던 기억이 있다.

두바이를 다시 방문한 지난해 여름, 더화려해진 겉모습과는 달리 두바이의 힘은이미 빠지고 있었다.  새로 문을 연 대형 쇼핑센터는 곳곳이 비어 있었고, 퇴근 시간임에도 도로의 정체는 거의 느낄 수 없을정도로 도시의 활기도 예전 같지 않았다. 이미 다 지어 놓은 고급 아파트들은 밤이되자 불을 켜 놓은 곳을 세는 곳이 더 빠를만큼 빈집들로 가득해 침체된 현지 부동산시장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듯 했다.

지난 26일 두바이 최대 국영부동산 업체인 ‘두바이월드’ 가 6개월간의 모라토리엄(채무유예)를 선언했다.  두바이월드는 현지 최대 개발사업자인 ‘나킬’ 의 모회사이기도 하다. 멈출 줄 모를 것 같던 두바이의꿈도 결국 지난해 불어 닥친 리먼브라더스부도사태의 후폭풍을 견디지 못한 셈이다. 두바이의 몰락은 표면적으로는 썰물처럼빠져나간 외자가 원인이지만 결국 그 동안숱하게 제기됐던 과잉투자 지적을 무시한두바이 정부와 국영기업들의 잘못된 판단과 독선이 만든 결과다.

두바이의 몰락이 과연 강 건너 불구경일까.  서울시내로만 눈길을 돌려보자. 서울시가 최근 착공한 상암동 DMC랜드마크타워를 비롯해 잠실제2롯데월드, 용산역세권의 랜드마크빌딩 등. 한결같이 100층이넘는 것은 물론 높이와 규모로 따지면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마천루들이다.  인천은 또 어떤가. 송도, 청라, 영종 등 이른바 3개 경제자유구역에는 모두지역을 대표하는 마천루들이 들어설 계획을 갖고 있다.

 여기에 부산 등 일부 지방대도시들까지 가세해 너도나도 마천루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 빌딩전문 컨설팅 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 일대에 짓고 있거나 지을 예정인 초고층 빌딩의 연면적을 모두 합치면 현재 서울시내 업무용빌딩 총 연면적과 거의 맞먹는다고 한다.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을 지으려는 지자체들의 계획도 원대하기만 하다.

 두바이의꿈에는 못 미칠지 몰라도 하나같이 최소한동북아의 허브(HUB)를 표방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서울의 빌딩중심가로불리는 테헤란로는 요즘 하루가 다르게 비어가고 있다.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업체들이 하나둘씩 강남을 떠나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싼 외곽지역으로 빠져나가고있는 것.
 여기에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투자자를 찾지 못해 미래가 불투명하기만 하다.

새로운 외국기업 유치는 고사하고 중국이라는 거대한 블랙홀과 맞서 기존에 있던외국기업이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할지도 모르는 힘겨운 상황이다. 최근 서울을 방문했던 국가브랜드지수(NBI) 개발자인 사이먼 안홀트(SimonAnholt)는 “1m 안팎에 불과한 브뤼셀의‘오줌누는 아이’ 같은 작은 조각물도 그도시를 대변할 수 있다”며 “한국만의 역사를 말해주는 건축물이 필요하다”고 밝힌바 있다.

 그는 “한국의 역사를 담을 수 있는 건물을 지으면 그 자체로 서울과 한국을 알리는 도시브랜드, 국가브랜드가 될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강조한 셈이다. 현실을 도외시한 커다란 장밋빛 꿈을 꾸기 보다는 작지만 사소한 것부터 가장 한국적인 것을 찾고 발전시킬때 도시의, 그리고 국가의 경쟁력이 커지는 게 아닐까.

미래에 대한 긍정적 사고는 필요하지만 지나친 낙관만 펼친다면 두바이의 위기가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우려를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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