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격언- ▲캐디가 클럽을 당신에게 넘겨줄 때의 그 강도가 바로 그립을 잡는 이상적인 힘이다.  -샘 스니드

내기 없는 골프는 정말 무미건조하다. 골프의 중독성은 스포츠로서 골프 자체가 갖고 있는 매력에 내기가 더해짐으로서 위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도박성 게임이 그렇듯 골프에서의 내기는 친선을 도모하고 게임에 긴장감을 주어 재미를 더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골프의 발상지라는 스코틀랜드의 기후여건 때문에 라운드 중 또는 라운드를 마치고 나서 독한 위스키로 가슴을 데우는 게 상례였는데 이때 위스키 값을 누가 낼 것인가를 게임결과로 결정하는 것이 내기의 고전적 형태다.

대부분의 친선게임에서 선의의 내기가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정도를 지나쳐 노름골프로 내닫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도박성 골프의 역사는 골프 발상과 거의 함께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마지막 홀인 18홀에서 승패가 나지 않자 결판을 내기 위해 일부러 19번째 홀을 만들기까지 한 예도 있다. 실제로 뉴욕과 시카고 근교의 컨트리클럽에 엄연히 19홀이 존재했는데 결판을 빨리 내고 싶었는지 모두 파3 홀로 만들어졌다.

미국의 마피아 두목 간에도 도박성 골프경기가 성행했는데 상대방의 플레이를 감시하기 위해 무장한 마피아들이 골프장 곳곳에 배치되기까지 했다니 그야말로 목숨을 건 도박이 아닐 수 없다.

골프를 제대로 즐기려면 내기(bet)와 노름(gamble)을 혼동해선 안 된다. 내기는 게임에 흥미와 긴장감을 주기 위해 상품을 걸거나 부담이 없는 소액을 주고받는 수준인데 반해 노름은 말 그대로 돈을 따기 위한 게임이다. 노름골프의 승패는 기량이 아니라 돈을 지르는 레이싱(raising)과 배짱으로 결정된다. 이런 식으로 승부를 가린다면 굳이 골프라는 신성한 운동을 동원할 필요가 없다.

게임의 긴장감을 높이고 최선을 다해 게임에 임하도록 하는 순기능 때문에 많은 골퍼들이 부담 없는 내기를 하지만 결코 내기의 무게를 느끼지 않는 골퍼는 없다. 깃털 같은 무게도 어깨를 짓누른다. 내기가 플레이를 허투루 하지 않도록 하는 죔쇠 역할을 지나 강박관념으로 어깨를 짓누른다면 내기를 그만 두든가 골프를 그만 두든가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형태이든 내기가 성행하는 우리나라 골프 풍토상 내기를 자신의 골프기량 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활용하는 것이 현명한 자세다.

이왕 내기를 한다면 홀 매치보다는 스트로크로 하는 것이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된다. 홀 매치는 결정적 실수를 하는 순간 그 홀의 게임 전체를 포기하기 쉽다. 한 샷 한 샷을 소중히 날려야 하는 골프의 정신에도 위배되고 게임에 대한 집중도도 떨어진다. 스트로크플레이를 하면 OB를 내거나 해저드에 볼이 빠져도 더 나쁜 상황은 피해야겠다며 마지막 홀 아웃 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게 된다.

일정한 돈을 묻어놓고 빼먹는 스킨스 방식도 가망이 없으면 쉽게 포기하게 만들어 게임의 긴장도를 떨어뜨리기는 마찬가지다. 라스베가스 방식 역시 내가 아무리 잘 쳐도 파트너가 헤매면 헛수고이기에 집중도가 떨어진다. 요즘 유행하는 뽑기, 와일드카드 등 변형 스킨스 방식은 독식을 막고 만년 꼴찌에게도 기회를 주는 등 친선의 기능은 있지만 게임의 긴장도를 높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실력향상을 바라고 스코어의 개선을 바란다면 스트로크로 경쟁하는 것이 왕도다. 스트로크 당 1,000원이나 5,000원 쯤 부담 없는 단위로 내기를 하면 얼마든지 재미를 느끼며 긴장감을 갖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게임을 이끌 수 있다. 소액이라도 필드에서 현금을 주고받는 것이 거북하다면 라운드 후 식사비용을 3, 4위가 일정한 비율로 부담한다는 식으로 내기를 하면 선의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

내기에 익숙해야 포기하지 않는 습관이 생기고 끝가지 집중하는 버릇이 생긴다. 방민준 골프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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