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수정을” “원안 고수를” 바람 잘 날 없어

국민의견 수렴 하루 빨리 결론내야 국력소모 막아

1397년에 태어나 1418년부터 1450년까지 32년동안 조선조 4대 왕으로 나라를 통치했던 왕.
우리 글인 한글을 창제하고 이상적 유교정치를 구현하며 과학기술에도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쓰시마섬을 정벌하는 등 외교적으로도 큰 치적을 쌓았다.

후세가 그에게 굳이 ‘왕’ 이 아닌 ‘대왕’ 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큼 우리 역사상 가장존경받는 통치자다.

하지만 정작 나라 안에서 그의 이름을 두고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으니 민망하기만 하다.
세종시. 충남 연기군 남면, 금남면, 동면과 공주시 장기면 반포면 일대 72.91㎢가세종시의 물리적 위치와 규모다.

참여정부에서 추진해 지난 2005년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역으로 지정돼 한때 ‘행복도시’로 불리다 ‘세종시’ 라는 정식이름을 갖게된 곳이다.
세인들이 그의 이름을 도시에다 붙였을 때는 나름 그의 업적을 기리고그 어느 곳보다 훌륭한 도시를 만들겠다는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홈페이지에는 세종시라는 도시 이름에 ‘누구나 꿈꿔왔던 미래 맞춤형도시’ 라는 그럴싸한 수식어까지 붙여놨을정도니 겉모양새는 그럴 듯하다.

현실은 어떤가.
일단 형식적으로는 하루에도 수차례씩 모든 정치인들이 그 이름을입에 오르내리고 신문이며 방송이며 모든언론이 그의 이름이 붙은 도시를 거론하고있다.

자신의 이름을 외쳐대며 싸우는 후세를 바라보는 그의 마음은 얼마나 착잡할것인가.
도대체 누구의 잘못이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거슬러 올라가면 한 통치자의 개인적 신념이 발단이다.
지방분권화를 위해 국민적합의 없이 행정수도를 이전하려 했던 그의고집에서 비롯됐고, 이는 최고의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 의 결정과 이후 반쪽짜리 행정부처 이전으로 변질됐다.

이후 한동안세종시의 운명은 순탄해 보이는 듯 했다.
심지어 정권이 바뀌고 야당과 여당이 뒤바뀐 후에도 한참동안 세종시는 별다른 풍파를 겪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느닷없이 지난여름을 지나면서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돼버렸다.
여와 야, 수도권과 충청권, 이제심지어는 여-여간 갈등까지 낳으면서 온나라가 세종시 문제로 들썩거리고 있다.

일단 세종시를 둘러싼 논란은 한단계 더나아갔다.
정부가 ‘세종시 계획 원안수정’을 공개적으로 선언함으로써 정부는 더 이상 책임을 정치권으로 회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내년 1월까지 수정안을 내놓겠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세종시의 새로운 대안은 과학과 기업, 대학이 결합된 과학비즈니스벨트라는 큰 틀에는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문제는 구체적으로 그 안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다.
하지만 구체적 대안에 대해서는 솔직히 그누구도 자신있게 답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첨단비즈니스 클러스터의 사례를 보자.

필자는 스웨덴의 시스타 사이언스시티나 핀란드의 우울루가 대표적이다.
이 두 도시의 성공가 성공할 수있었던 공통점은 기업과 대학, 그리고 정부의 지원이라는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두 도시가 세종시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정부가 아닌 기업,대학의 니즈에 의해 자발적으로 형성된 과학비즈니스클러스터란 것이다.
인위적으로 도시를 만들어 놓고 고민하는 우리와는 분명히 다르다.

문득 생각해 본다.
행정기관이 이전하는 원안대로 하든, 아니면 새로운 대안이든 결론은 빠를 수록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제대로 된 도시를 만들 자신이 없다면차라리 도시의 이름이라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유령도시’ 운운하는 곳에 우리 역사상 가장 추앙받는 왕의 이름을 붙인다는게 무척이나 죄송스럽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