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면적 만든지 40년되도록 제자리걸음

김문권 한국경제신문 건설부동산부차장주택정책도 그대로·소득증가 걸맞게 늘려야

국민주택. 전용 면적 85㎡ 이하 크기의주택을 통칭하는 용어다. 1973년 1월 주택법의 전신인 주택건설촉진법이 제정될때 처음 등장했다.

법에는 ‘국민주택이라 함은 한국주택은행과 지방자치단체가 조달하는 자금등으로 건설해 주택이 없는 국민에게 저렴한 가임 또는 가격으로 임대 또는 분양되는 주택을 말한다’ 고 돼 있다. 1973년2월에 제정된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에는 구체적인 주택의 크기가 명시됐다. 시행령 제19조에 따르면 ‘단독주택;60-85㎡ 이하, 연립주택 아파트;1세대당 40-85㎡ 이하’ 로 규정하고 있다.

국민주택 규모가 85㎡이하로 정해지기까지는 사정이 많았다. 현재는 법적으로 85㎡로 통일됐지만 2007년 7월 이전만 하더라도 국민주택 규모는 ‘ 25.7평’으로 널리 쓰였다. 85㎡를 평으로 계산한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25평도 아니고 26평도아니고 25.7평이었을까?

당시 건설부(현 국토해양부)는 법 제정당시 1인당 필요한 주거 면적으로 최소 5평을 고려했다고 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75년 평균 가구원수는 5.2명. 따라서 당시 1인당 최저주거면적과 가구원수를 곱한 25평 정도가 국민주택 규모로 정해졌다. 하지만1961년 미터법을 도입한 한국은 법률에일상 생활용어인 ‘ 평’ 을 사용할 수 없었다. 25평을 제곱미터(㎡)로 환산하면82.645㎡가 나온다. 이 또한 너무 복잡해반올림을 하니 83㎡가 됐다. 0 또는 5 등으로 딱 떨어지는 숫자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정서에 맞지 않아 최종적으로 85㎡로 결정됐다.

정책이 정교하게 수립될 것이라고 믿어왔던 국민들이 일종의 배신감마저 느낄 수 있는 과정이다.

요즘 들어서는 국민주택 규모에 의문이 간다. 소숫점이냐, 제곱미터냐, 평이냐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국민주택 규모자체에 문제의식을 느낀다.

국민주택 규모가 도입된 해는 1973년.그로부터 36년이 흘렀다. 그런데도 여전히 국민주택 규모는 85㎡다. 어떻게 보면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모든 주택정책이여기에 맞춰져 있다. 온 국민이 85㎡이하또는 85㎡초과 아파트를 사느냐에 목숨을 건다. 대부분 평생을 번 재산을 여기에 묻는다. 그만큼 소중한 자산이다.

아파트를 소형 중형 대형으로 나눌 때도 85㎡가 기준이 된다. 채권입찰제도85㎡를 초과하는 주택에만 적용한다. 재건축을 할 때는 85㎡초과 아파트를 몇퍼센트로 짓느냐에 따라 사업성이 확 달라진다. 보금자리주택도 85㎡가 기준선이다.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는데 국민주택 규모는 바뀌지 않는 것일까.한국의 1인당 주거면적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85년11.2㎡에서 2000년 20.2㎡, 2005년 22.8㎡로 나타났다. 국토해양부는 오는 2012년까지 1인당 주거면적을 27.1㎡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 마저도 선진국들과비교할 경우 크게 못 미친다. 가까운 나라인 일본의 1인당 주거면적은 36㎡(2003년), 영국 38㎡(2002년), 프랑스 37㎡(2002년) 등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국민주택 규모가정해진 1973년 401달러에 불과했다.1977년에 1000달러를 넘긴 1034달러를기록한 뒤 2007년에 2만1695달러, 2008년 1만9231달러를 기록했다. 국민소득은 48배나 늘었는데 국민주택 크기는그대로인 셈이다. 소득이 늘수록 좀더넓은 집에서 살고 싶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만큼 삶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주택정책은 이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1970년대 초의 잣대를21세기인 2009년에도 그대로 적용하고있다니 우습기도 하다. 컴퓨터는 386MB에서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돼 펜티엄급을 넘어 하드디스크 용량이 500GB가나오는 세상이다. 주택도 이제 면적 부문에서만이라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한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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