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격언- ▲ 골프를 단순한 게임으로만 보는 사람은 남녀를 불문하고그것은 영원히 풀지 못할 수수께끼로 남게 되어 그 위대함을 끝내 깨닫지못할 것이다. 골프는 단순한 오락이라기보다는 사람을 한층 고양시키는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 J.H. 테일러(영국의 명 프로)

서양화엔 여백이 거의 없다. 틈이있으면 미완성이라는 인식에 화면은모두 물감으로 채워진다. 동양화는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여백이 더 많다. 특히 수묵화의 경우70% 이상이 여백이다. 화면을 꽉 채운 그림보다는 적절한 여백을 남겨둔 그림이 더욱 사랑을 받는다.

골프는 그림에 비유하자면 동양화다.

4시간 남짓 걸리는 한 라운드에서골프의 가장 핵심적인 동작인 스윙에 소요되는 시간은 고작 15분을 넘지 않는다. 한 샷을 하기 위한 어드레스에서 피니스 동작까지 소요되는 시간은길어야 10초 이내다. 90타를 치는 사람이라면 한 라운드에 샷을 위해 소모하는 시간은 900초, 즉 15분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15분을 뺀 나머지 시간 3시간 45분 정도가 여백이란 셈이다. 이 여백의 시간은잔디 위를 걷고, 코스를 살펴 전략을 세우며, 동반자와 담소를 나누는데 쓰인다.정작 꼭 필요한 동작을 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15분밖에 안 걸리는데 여백이 이렇게 많다 보니 온갖 상념에 휩싸이지 않을수 없다. 골프란 바로 긴 여백의 시간에끝없이 밀려드는 상념과의 끝없는 싸움이다.

이런 면에서 골프는 궁술과 흡사하다. 구기종목이나 격투기, 육상 등은 쉼 없이움직여야 하지만 궁술은 활을 들어 시위를 당겼다가 놓는 최소한의 동작을 제외하고는 호흡과 정신집중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궁술의 요체가 호흡안정과 정신집중에 있듯 골프의 승패 또한 스윙에 소요되는 짧은 시간을 제외한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다스리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락에 비유하자면 골프는 서양식 카드가 아니라 화투다. 도락이란 면에서는다를 바 없지만 진행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화투는 처음 패를 돌리고 나서 게임에 참가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순서대로결정할 수 있다. 한번 참가를 결정한 뒤에는 그 판이 끝나기 전에는 자기 멋대로물러날 수 없다. 중간에 빠질 수 있는 섯다를 제외하곤 한번 발을 들여놓은 이상끝장을 봐야 한다. 승리를 추구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이기겠다는 것은 뒷전이고 어떻게든 피해를 최소화하면서게임을 마칠 것인가를 궁리해야 한다. 게임이 끝날 때까지 방심할 수 없다.

그러나 카드로 하는 포커게임은 다르다. 처음 패를 받고 시작할 때도 게임을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지만게임 중간에도 자신이 이길 확률이 없고도저히 더 이상 버티는 게 무의미하다고판단될 경우 중간에 패를 접을 수 있다.중간에 지른 것은 손해지만 그만큼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서양에서 유래된 골프가 동양의 도락인 화투와 닮았다는 게 참 묘하다. 라운드를 한번 시작하고 나면 싫으나 좋으나18홀을 끝내야만 게임에서 빠질 수 있다.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장을 봐야 하는 것이 골프다. 카드처럼 중도에 포기할 수 있다면 골프는 그야말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재미없는 놀이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주말골퍼들이 화투가 아닌 카드를 하듯 골프를 한다. 18홀을 벗어나야만 게임이 끝나는데도 몇 홀 지나지 않아 스코어가 엉망이면 중도에 목표와 전의를 상실하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플레이한다. 사실상 카드를 내던진 것이나 다름없다.

지든 이기든 장갑을 벗고 서로 악수를나누며 마지막 홀을 벗어나기 전까지는라운드가 끝난 것이 아니다. 판을 끝내고나서 셈을 하는 화투와 같이 골프에서 중도포기란 있을 수 없다. 불가피한 사정이없는 데도 중도에 골프채를 챙겨 빠져나간다면 그는 두고두고 골프의 신사도를저버린 사람으로 손가락질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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