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는 냉탕→ 중반엔 온탕→후반엔 냉탕

내년 해빙 전망 불구 아직 시장 취약해 불안

글로벌 금융 위기가 서슬퍼런 상황에서 출발한 2009년 한 해가 벌써 마지막 달력 한 장만 남겨둔 채 저물어 가고 있다. 올해 초 국내 부동산 시장은 앞날이 막막한 터널의 한 가운데에 서 있었다.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되는 바람에 국내에서도 건설ㆍ부동산 분야가 받은 충격은 유독 컸다.

우선 주택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주택 사업 시행사나 건설사들은 미분양이 될 것을 우려해 예정됐던 아파트 분양 계획을 일제히 뒤로 미뤘다. 당시만 해도 금융권이 아파트 사업에 필요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를 완전히 중단해 건설사들이 분양을 하려고 해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 여파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여름까지 신규 분양 아파트가 자취를 감췄다.

기존 아파트들도 가격이 폭락했다. 블루칩인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2억원 이상 가격이 내려갔고, 버블세븐으로 꼽히는 분당, 용인, 서울 목동 등도 20~30% 가량 집값이 하락했다. 이에 따라 급매물보다 가격을 더 내린 ‘급급매물’까지 등장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서울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이 크게 하락하면서 지방 주택은 암흑기에 빠져 들었다. 이로 인해 미분양 아파트가 역대 최대인 16만5000가구를 넘어서는 등 위기국면이 이어졌다.

부실 건설사에 대한 구조조정의 서슬도 퍼랬다. 은행을 중심으로 한 대주단은 주로 주택 사업 비중이 큰 업체 중 미분양 단지가 많은 건설사들을 추려내 퇴출 또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여기에 일부 대기업 계열의 건설사들이 포함되면서 파장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런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분위기로 주택시장은 당분간 극심한 침체기에 빠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불확실성의 시기에도 조금씩 해빙이 되는 곳이 있었다. 바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였다.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재건축과 관련한 각종 규제를 파격적으로 푼 효과가 2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기준 금리를 역대 최저인 2%로 낮추면서 유동성 장세까지 형성된 것이 주효했다.

올해 여름 강남 재건축 가격이 지난해 수준을 회복하면서 서울 수도권의 신규 분양시장도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분양된 곳이 대부분 인기 지역이긴 했지만 1년 여만에 재개된 분양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향후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여기에 주식시장까지 급등세를 연출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1년 전의 위기가 언제 있었느냐”는 듯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인천 송도신도시와 청라지구 등 인기 지역 청약에서 투기 조짐도 일부 재발했다. 정부가 전매제한 조치를 완화한데다, 분양업체들이 중도금 무이자 등의 과도한 혜택을 주면서 발생한 부작용이었다. 일부 청약자들 사이에서는 “계약금 1,000만원만 내고 2년 간 무이자로 버티다 프리미엄이 오르면 팔고, 내리면 계약금을 날리면 된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이런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감지한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와 담보인정비율(LTV)를 1금융권에 이어 2금융권까지 강화 하면서 시장은 다시 냉각됐다. 여기에 부동산 개발로 세계 경제의 이목을 끌었던 두바이가 채무지불유예를 선언하면서 심리는 더욱 위축됐다.

많은 전문가들은 내년 부동산시장이 하반기나 되어야 본격적인 해빙기에 들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한시적으로 추진한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이 내년 2월(11일)이면 소멸되고, 국제 경기 역시 불투명해 낙관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두바이 쇼크 같은 예상치 못한 쓰나미가 몰려 올 경우 그 파장은 고스란히 부동산 시장에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작은 충격에도 휘청거릴 정도로 면역력이 약한 게 현실이다. 부동산 시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10년이 기다려지면서도 걱정되는 이유다.  /송영웅 한국일보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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