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환 서울경제신문부동산부 차장일부지역 집값 급등을 일반화하는 오류 불러

수도권 북부 등은 공급과잉 여전… 냉철해야


집값이 계속 오를까요. 지금 집을 사도 괜찮을까요. 돈을 빌려서라도 집을 사야 할까요. 어디로 갈아타야 하죠. 최근 필자에게 지인들이나 독자들이 심심치 않게 물어오는 질문이다.

‘집’이 화두다. 지난해 불어 닥친 미국발금융위기는 어느덧 지나간 이야기다. 돈이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온통 관심은‘집’ 과 ‘주식’ 이다. 아파트값과 주가가 연일치솟으면서 식당에서건 휴게실에서건 퇴근길 버스나 지하철이든 관심사는 이 두 가지에 집중된다.

집으로만 주제를 국한시켜 보기로 하자.집값이 오를지 말지 여부를 떠나 먼저 과연집값이 진짜 올랐는지 따져봐야 할 문제다.

올들어 서울 강남권이나 목동‧여의도, 분당신도시‧과천 등 일부 지역의 집값은 확실히 뛰었다. 그냥 뛴 정도가 아니라 급등에 가까운 상승세다.

하지만 집값이 뛴 지역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곳들이다. 바로 명쾌한 호재가 있었던 곳들이다.재건축 추진단지만 해도 정부의 용적률 상향조정 등 잇따른 규제완화가 가격 상승의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1급 주거지라는 것이 집값 상승지역의 공통분모다.

그러면 나머지 지역들은 어떨까. 사실 조금만 시야를 외곽으로 돌려보면 도대체 어느지역의 집값이 뛰었다는 거냐고 반문하게 된다.지방으로 가면 집값 상승은 남의 얘기가된다. 호가 상승은 고사하고 집을 사겠다고나서는 매수자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처럼 시야를 조금만 넓혀 보면 집값 상승은 국지적 현상에만 집중하다 보니 생긴착시에 가까워진다.

최근 집값 상승의 이유로 집이 부족하다는 일부의 분석은 강남권 등 일부 지역의 문제를 전체화하는 오류다.

지역별로 둘러보자. 이른바 경부축만 놓고 보더라도 현재 주택은 공급과잉상태다.한때 수도권 최고의 주거지로 꼽혔던 용인은 아직도 집값 회복기미가 거의 나타나지않고 있다. 신규공급은 고사하고 당분간 적체된 미분양 물량 해소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이다. 올들어 과열로 불릴 만큼 청약열기를 보이고 있는 인천 등 서부권 역시 자칫공급과잉에 놓일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현지 수요를 감안하면 송도, 청라, 영종 등3개 경제자유구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량들이 입주시점에는 커다른 부담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부권은 더욱 심각하다. 수도권 북부지역을 대표하는 파주신도시 일대 아파트 분양권은 대부분 분양가 수준이거나 오히려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도 거래가 되지 않을 만큼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서울 등 신규분양 시장의 열기에 대해서도 ‘경계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실수요 회복이라기 보다는 전매제한 완화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단기시세차익을 노리고 분양시장에 몰려들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과잉 유동성은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주택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과거처럼 국지적인 집값 상승이 전체 지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은 나타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또 단기적으로 그 같은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외곽지역의 상승세는 반짝 현상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리인상은 과잉유동성을 흡수할 가장 확실한 정책 카드다. 당장은 정부가 저금리 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지만 이미 ‘금리 인상’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전개된다는 것 자체로도 금리인상은 기정사실화된 셈이다.다만 시기가 문제일 뿐이다. 주택시장은 금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경우 최대 피해자는 상대적으로 대출의존도가 높은 서민이 밀집한 외곽지역이다.

집을 사야 할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필자는 이렇게 대답하고 있다. ‘ 사세요. 단 아무곳이나 아무런 근거 없이 값이 오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사지는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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