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웅 한국일보 경제부 차장서울 이어 수도권 부동산시장 요동… 전세난 심각

규제 과도하게 푼탓… 다시 고삐죄야 할지 속앓이

집값 오름세가 예사롭지 않다. 올 초부터 뜨겁게 달아오른 서울 강남 지역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양천구(목동), 강동구,영등포구(여의도)를 넘어 강북 지역으로까지 열기가 전이되고 있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지난해금융위기 이후 감소했던 서울 아파트의시가 총액이 최근 상승세를 타면서 사상처음으로 700조원을 넘어섰다. 수도권도과천, 분당, 용인 등 경부 라인 인기지역의집값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서울 전세까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전세 강세 현상은 집값 급등 양상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지표다.

아직 금융위기 여파가 실물경제의 회복으로 완전히 안착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내 부동산 시장만 이렇게 요동치는 것은우리 경제에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제조업 생산, 수출 등이 이제 막 정상치를 회복해가는 초기 상황에 주택시장만‘나홀로’ 과열 양상을 빚는 것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큰 수술과 항암 치료로 거의회복 단계에 들어선 암 환자한테서 뜻하지 않은 작은 종양이 생겨 어쩔 수 없이다시 강한 항암제를 투여해야 하는 그런상황이다.

정부와 금융 당국도 고민이 많다. 부동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표가 정상을 찾아가고 있어 무조건 강력한 항암제를 투여할 수도, 그냥 두고 보기도어려운 입장이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 지금까지의 기조와 달리 이 달 들어전세대책을 비롯해 보금자리주택 조기공급, 전매제한 강화 등 공급확대와 일부 규제강화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사적인자리에서 “최근 집값이 오르면서 기준금리를 언제, 얼마나 올려야 할지 고민”이라며 “지금 시점에서 부동산만 아니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라고 넋두리 했다. 집값 상승이 정부의 골칫거리로 부상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택 시장의 원치 않는(?) 발호 뒤에는 정부와 여당의 무리수가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지난해 초 ‘친기업’ 을 표방하면 들어선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정부는 과도하다싶을 정도로 부동산 관련 규제를 풀었다.

지난해 11월 재건축 규제 해제를 시작으로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해제,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임대주택소형의무 비율 폐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한시적 폐지,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 완화, 강남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완화 등을 모두 풀어헤쳤다.

당시 필자는 몸담고 있는 신문사의 지면을 통해 ‘ 단기간에 과도한 부동산 관련 규제 해제는 향후 반드시 후폭풍을동반한다’ 는 취지의 경고 기사를 수차례 게재하며 정부에 수위 조절을 촉구해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 100년 만에 온글로벌 경제 위기를 조기 극복하기 위해선 선제적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 는논리를 앞세워 지난 참여정부 시절 만들었던 규제를 사실상 모두 무장해제 했다.

하지만 정부가 마구잡이식 규제 해제를한 지 채 2~3개월도 되지 않아 이제는 다시 규제 강화를 고민하는 지경이 됐다. 요즘 정부 내에서도 “(규제를)푼 지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어떤 명분으로 다시 고삐를 조일지 모르겠다. 국민과 국회를 설득할 자신이 없다”는 푸념을 할 정도다.

최소한 정부의 정책은 5년 뒤, 10년 뒤를 내다보고 이뤄져야 한다. 불과 3개월앞도 보지 못하는 정부의 단견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다소빠르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청와대에 코드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규제를 풀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정권과의 코드를 맞추기 위해서건 시야가 짧아서 그랬건, 국민의 신뢰를상실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불과 3개월앞도 못 보는 정부에 국민들이 어떤 신뢰와 기대를 보낼 수 있을까.가슴이 답답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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