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격언- ▲골프 치러 가는 것과 장례식에 가는 것은 물론 다르다. 그러나 두 곳에서 느끼는 슬픔은 똑 같다. - 버나드 다윈(영국의 골프평론가)

미국에 그린버그라는 사나이가 있었다. 유럽에서 맨손으로 미국으로건너온 이민 2세로, 오직 출세의 일념으로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며 성공가도를 다졌다.
30대 중반에 이르러 그는 원하는 만큼 돈을 벌고 주위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다.

이런 그가 처음으로 골프채를 잡았다. 그는 물론 골프의 문외한이었다. 어렵게 살 때 골프장 옆을 지나치며 한가롭게 골프를 치는 모습을 보며 골프라는 운동을 한가한 사람들이 그냥 시간을 보내는 심심풀이로만 여겼었다.

골프에 백지인 그가 골프가 기막힌 신사의 스포츠라는 주위의 권유에 못 이겨골프장을 찾아 나섰다. 비싼 클럽을 장만하고 역시 최고급 골프웨어와 악어가죽으로 만든 골프화에 캐시미어 모자를 쓰고 파4인 첫 홀 티잉그라운드에 섰다. 그가 아는 것이라곤 클럽의 이름정도가 고작이었다.

그가 캐디에게 드라이버 아닌 퍼터를달라고 말하자 캐디는 “손님, 티샷은 드라이버로 하시는 게 어떨런지요?”하고정중히 말했다.

그가 다시 말했다. “이봐 젊은이! 나는말이야, 이 나라에서 맨손으로 성공한 사람이야. 무일푼에서 큰 재산을 모았어. 나는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아. 그러니 퍼터를 주게.”

그는 퍼터로 티샷을 했다. 장작 패듯휘두른 퍼터에 정통으로 맞은 볼은 놀랍게도 무려 180야드나 날아갔다. 두 번째샷도 퍼터로 쳐 홀 컵 1m 가까이에 붙였다.

캐디가 진정 감격한 표정으로 말했다.“정말 놀랍습니다. 손님 같은 분은 처음입니다. 이제 퍼터로 한 번에 넣으시면버디입니다.”라며 다시 퍼터를 꺼내려 하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까도 말했지젊은이! 나는 누구의 지시도 안 받아. 드라이버를 주게.”

그린버그의 엄숙한 모습에 캐디는 어쩌지 못하고 드라이버를 꺼내 주었다. 그가 드라이버를 만져본 것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러니 그가 드라이버를 어떻게 쳐야 하는지 알 턱이 없었다. 한참 드라이버를 잡고 이리저리 궁리하더니 퍼터를 휘두를 때처럼 마음껏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요란했다. 그의 드라이버는 볼을 맞히지 못했다.에어 샷, 즉 헛스윙을 한 것이다. 그러나놀라운 일이 또다시 벌어졌다. 요란하게휘두른 클럽헤드의 바람에 공이 움직여경사진 그린을 굴러 홀 컵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버디!”캐디가 펄쩍 뛰며 소리쳤다.
“이봐 젊은이! 내가 말했듯이 나는 누구의 지시도 안 받아. 그러나 때로는 작은 조언이 필요할 때도 있지. 젊은이, 좀가르쳐 주게. 이 구멍 안에 있는 볼을 꺼내려면 어떤 클럽을 써야 하나?”

그린버그는 처음 밟은 골프장의 첫 홀에서 버디를 하고 나서는 “골프도 별것아니군!”하고 두 번 다시 골프채를 잡지않았다고 한다. 무궁무진한 골프의 세계를 맛볼 기회를 잃은 것은 큰 불행이요,결코 만족을 안겨주지 않는 골프와 이길수 없는 씨름을 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행운이라고 할까.

그린버그의 일화엔 귀중한 교훈이 숨어있다. 그는 골프에 관한 한 일자무식,백지상태나 다름없다. 그러니 골프와 관련된 헛된 욕심이 있을 까닭이 없다. 무
엇이 잘 치는 것이고, 무엇이 못 치는 것인지의 구분조차 없는 상태다. 마치 선악(善惡)이나 미추(美醜)의 분별심이 없는순진무구한 어린아이의 마음처럼. 이런사람에게 OB니 벙커니 러프니 생크니 하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을 턱이 없다.상례를 무시한 플레이에도 불구하고 첫홀 버디를 얻은 것은 순전히 이 ‘골프의백지상태’때문이다.

무(無)사상이나 무아지경(無我之境)이바로 그린버그의 ‘ 백지상태’ 를 일컫는것이 아닐까. 골프에 관한 지식과 지혜로가득 찬 골퍼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라운드 때만이라도 그런 지식과 지혜를 잊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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