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권 한국경제신문 건설부동산부 차장경찰대 입시서 이과생 모집 안해 과학 수사 외면

학부모, 토목·건축학과 3D취급 ‘건설 한국’ 암울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있는명지고등학교에 고3 수험생들이 대거 몰렸다. 2010년도 경찰대학 입학시험 1차 시험이 서울지역에서 응시한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이곳에서 치러졌다. 극심한 취업난과경찰이 안정적인(해고가능성이 거의 없다뿐이지 사실 위험한 일을 하는 경찰이 더많다) 직업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올해 경찰대학 입시에 지원자들이 대거 몰렸다.2010년도 경찰대학 신입생 모집 정원은120명. 지원자는 6821명으로 평균 56.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82학년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경찰대학이1981년에 첫 신입생을 모집했으니 경찰대학 창설 이래 최고치라 할 만하다. 여학생은 정원의 10%인 12명을 뽑는다. 작년에는46.7 대 1의 경쟁률을 보여 당시 뉴스에서사상 최고치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여학생은 12명을 뽑는데 1332명이 몰려 사상 최대인 11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찰대에서 여학생을 뽑기 시작한 1989년 이후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그러자 여학생의 정원을 10%로 제한한것은 ‘시대착오’ , ‘남성우월주의’ 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성을 할당제로 뽑는다는 것은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이라는 것이다. 행정고시 사법시험 외무고시 등 각종 고시에서도 여성을 ‘△△%’로정해 선발하는 경우가 없다. 경찰은 업무특성상 남녀를 구별하지 않고 뽑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 10%’가 어떻게 나온 숫자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단지 경찰은 여경 비율을 2014년까지 10%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신입 순경의경우 20~30% 가량 뽑고 있다고 해명한다.그래도 변명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없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의 절반은여성인데 경찰 간부로 양성하는 경찰대학에서 여학생을 10%로 한정해 선발한다는것은 좀처럼 납득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더욱더 이해하기 힘든 것이 또 있다. 경찰대학은 이과생을 별도로 뽑지 않는다. 육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는모두 이과생과 문과생을 별도로 선발하는것과 비교하면 일종의 차별이다. 경찰대학은 법학과와 행정학과 각 60명씩을 선발한다. 경찰대학은 문과 이과 구분 없이 학생을 선발한다고 하지만 시험과목은 언어 외국어(영어) 수리(수학) 등 3과목이다. 문과생에게 유리한 과목들이다. 이과생을 별도로 뽑지 않는다는 것은 이과생 홀대가 아니라 과학수사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최근 인기리에 방송 중인 미국 드라마 CSI를보면 과학수사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있다. DNA분석은 기본이고 각종 화학실험과 물리실험으로 범인을 찾아낸다. 모두 과학 전공을 한 수사관들이다.

한국은 어떤가. 경찰의 핵심간부를 양성하는 경찰대학조차 이런 개념이 없으니 과학수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사실 이공계 홀대는 심각하다. 특히 서울 강남에 사는 학부모들은 자녀가 공대에들어가면 무슨 큰일 나는 줄 안다. 자녀의성적은 아랑곳하지 않고 경영 경제 등이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으려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것이 이공계를 거쳐 간 손에서나오는 것인데도 이공계를 ‘ 3D’ 로 취급한다. 현재 고2인 아들을 건축 계통으로 보낼생각을 한다고 하면 필자를 이상한 눈으로쳐다본다. 심지어 친부모가 맞느냐고 물어볼 정도다. 대학에서 건축 토목을 전공하면‘노가다’ 가 되는 것으로 여긴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사실이다. 그들이 오일 달러를 벌어들여 한국을 살찌우고 있다는 생각은 안중에 없다.

정말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탓이 크다. 말로만 이공계 우대를 내세울 뿐이다. 청와대와 장관들을 한 번 살펴봐라.이공계 출신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래선 한국의 앞날이 암울해 질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 다시 생각해 보자.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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