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비즈

▲골프코스를 비판하는 사람은 남의 집 만찬에서 돌아와 '형편없는 저녁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 게리 플레이어(프로골퍼)

우연히 짧은 여행 중에 시골 주막다운 주막을 찾았다.언제나 숨 가쁜 도시를 벗어나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혹시 옛날풍의 주막을 만날 수없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지만 그런 기대는 꿈으로 끝날뿐이었는데 충청도 산길을달리다 그런 주막을 만났다.

비뚤비뚤한 글씨로 ‘막걸리소주’라고 유리창에 쓰여 있었기에 술파는 집인지 알 수있었지 영락없이 도로변 폐가나 다름없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었다. 먼지를 뒤집어 쓴 미닫이문의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나타난 주막의 분위기는어떻게 이런 곳이 용케 남아 있나 싶을정도로 신기하게도 30여년은 거슬러 올라갔다.

집 외관은 볼품없었지만 내부는 의외로 깔끔했다.드럼통으로 만든 식탁이 서너 개 놓여 있었고 식탁 주위에는 동그란비닐 덮개가 씌워진 의자가 서너 개씩 모여 있었다. 허름했지만 깨끗했다. 인기척에 나온 주모야말로 금상첨화였다.

화장을 해도 50줄을 넘긴 나이를 숨길 수 없어 얼굴 내세워 손님 끌기는 틀렸지만 그렇다고 술맛 떨어질 정도는 아니었다. 산전수전을 거치면서 세상 사는 이치를 깨우친 듯해 보였다. 무엇보다 적당한 농도받아넘길 것 같고 짓궂은 사내들의 손길도 적당히 머물게 할 것 같은 분위기가맘에 들었다.

심심하던 차에 손님을 맞은 주모는 굳이 닦을 것도 없는데도 행주를 들고 와탁자를 말끔히 치우고는 “뭘로 드릴까?”하고 얼굴을 살폈다. 주문을 하고 밑반찬을 내오고 하는 품이 역시 깔끔해보였다.

“아줌마 행주질 하는 것 보니까 술맛나겠어.” 일행 중 누가 말했다.“잘 보셨수. 여자는 걸레질 하는 것만보면 다 안 다우. 걸레질 행주질 하는 것보면 다 드러나. 내 눈은 못 속이지.”일행이 이구동성으로 무슨 뜻이냐고물었다.“아 지금은 이 촌구석에서 목에 거미줄 치고 있지만 젊었을 땐 나도 한 가닥했지. 계집들 여럿 데리고 사내들께나 홀렸지.”동네 막걸리로 일단 목을 축인 일행의시선은 주모의 입에 모아졌다.

“다 지난 세월이지 뭐. 남은 거라곤 사람 볼 줄 아는 눈이지. 그냥 한번만 쓰윽보면 다 알아지대. 여자는 행주질, 걸레질하는 것 보면 알고, 남자는 술 먹은 뒤 하는 짓 보면 알어.” 남자는 그렇다 치고 여자를 걸레질 행주질 하고 무슨 관련이 있을까 궁금했다.

“생각해봐. 걸레질 제대로 하려면 일단걸레를 깨끗하게 빨아야지. 설렁설렁 물이나 묻히면 닦으나마나 아닌가. 걸레를 깨끗이 빨아 꼭 짜야 걸레질을 해도 빛이나고 정갈하지. 걸레질 할 때도 대충대충하면 빈 곳이 생기는 법이여. 그런 년들 제 몸 간수 돈 간수 제대로 하는 년 못 봤어.”모처럼 일행은 질펀한 입담에 음식 솜씨까지 좋은 주모와 벗이 되어 30여년을거스르는 추억여행을 할 수 있었다.

골프야 말로 걸레질을 잘 해야 하는 게임이 아닐까. 풀이 잘 깎인 페어웨이가아닌 러프지역이나 해저드지역, 벙커 등에 볼이 들어갔을 때 수습을 하는 것이야말로 설거지나 걸레질 하는 것과 다름없다.그린 주변에서의 설거지를 잘 해야 좋은 스코어를 내고 게임도 즐길 수 있는이치와 다를 바 없다.

멋진 드라이버샷과아이언샷을 날려 놓고도 그린 주변에서뒤처리를 못해 스코어를 줄이지 못하는골퍼들은 의외로 많다. 깔끔하지 않게 그린 주변에 도달했어도 마무리를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이 바 걸레질 혹은 설거지다. 최상의 설거지, 걸레질은 가슴에서우러난 정성과 집중, 신중함 등이 한데어울려 나타나는 것으로 물론 부단한 연습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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