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10명 중 7명 이상이 판에 박힌 아파트 거주

만남의 장소 ・텃밭 조성등 정이 흐를수 있는 공간 아쉬워


여름휴가를 다녀오면서 누구나 느끼는 것은 ‘해방감’ 일 것이다. 서울 도심에서 매일 쳇바퀴처럼 다니는 일상에서 탈피해 서울에서 한 두 시간만 떨어진 곳을 가더라도 콧 끝과 피부, 그리고 눈과 마음속으로 느껴지는 우리 땅, 우리 국토는 정다움과 싱그러움 그 자체다.

이렇게 아름다운 산과 나무, 맑은 물과 공기를 두고 매일 찌든 매연과 콩나물 지하철,회색빛 콘크리트 건물 속에서 아등바등 하는 나 자신을 뒤돌아보면 스스로에 대한 측은함마저 들곤 한다.

그런 연유에선지 얼마 전부터 휴가철에 지방에 가면 하는 일이 생겼다. 조그만 텃밭이 있는 시골집들을 보는 일이다. 서울에서 차로 시간 반 남짓한 곳에 큰 돈 안 들이고 구입할 수 있는 작은 시골집들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여름 휴가철 대형 콘도 예약을 위해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도없이 언제 어느 때나 맘만 먹으면 갈 수있는 작은 집. 소리 내어 떠들어도 시끄럽다고 눈치 주는 사람도 없고, 작은 텃밭에 상추와 호박을 심을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은 욕심이다.

선견지명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이미 양평, 청평 등 수도권의 전원주택 요지를 대부분 선점하고 있다는 사실도 최근 알게 됐다.서울 인근의 일부 지역은 초호화 빌라까지들어서 땅값과 집값이 서울 변두리 지역보다 높은 곳도 상당수 있다. 지금은 다소 가라앉았지만 2~3년 전만 해도 투기세력이 발호했다가 빠졌다고 하니 우리 국민들의 땅 투자에 대한 열정과 노하우는 참으로 놀라지않을 수 없다.

시골집에 대한 동경은 아파트에서만 20여년을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긴 소망인지 모르겠다. 앞집 사람과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도 서로 어색한 인사를 나누곤 하는 아파트생활은 오랜 세월을 살았지만 잘 적응이 되지 않는다. 아파트라는 자체가 폐쇄적인 공간이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운명이다.

얼마 전 오세훈 서울시장의 조찬 강연에 간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현재 추진중인 뉴타운 계획과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이 모두 완료될 경우 서울의 아파트 거주율은 70%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민 10명 중 7명 이상이 판에 박힌 아파트에서 살게되는 셈이다.

아마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아파트 거주율이 이처럼 높지는 않을것이다. 우리 이웃 대부분이 아파트 같은 폐쇄 공간에 갇혀 산다면 삶은 얼마나 피폐해지고 건조해 질까. 한민족의 따뜻한 정이라는 것이 과연 10년 20년 후에는 존재할 수있을까 생각만 해도 착잡해진다.

물론 아파트는 인구가 몰리는 서울의 주거문제를 단기간에 해결 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다. 하지만 아파트 구조와 생활 문화는이제 좀 달라져야 한다. 물론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을 수용하면서도 최소한의 사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폐쇄구조를 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부 단지에서 추진하는 듯 주민 만남의 공간을 조성하거나, 단지 동호회활동 지원, 공동 텃밭 조성 등 입주민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숨막히는 공간에 이웃의 정이 흐를 수있다.

더구나 앞으로 우리 사회는 더욱 빠르게 고령화 될 것이다. 이에 대비해 아파트에 새로운 공동체 문화 조성은 절실하다. 정부도 고령화 시대에 대비하고, 전국에 걸친 엄청난 아파트 숲이 슬럼화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파트 공동체 문화 만들기’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울 수도권의 아파트는 숨 막히는 콘크리트 건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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