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등 일부 과열조짐에 규제카드 다시 꺼내

분양회복세 찬물될까 우려도… 일관성 유지할 때

‘ 대출규제 강화.’ 이명박 정부가 출범 1년6개월여만에 처음으로 꺼내든 부동산 규제카드다. 그동안 “참여정부 5년동안 시장을왜곡했던 잘못된 규제를 풀겠다”며 ‘완화’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을 펼쳐왔던 것에 익숙해 있던 시장으로선 다소 곤혹스러울 수도 있는 정책 방향의 변화다. 이번 대책은 한번에 여러 카드를 동시에 꺼내 들기 일쑤였던 참여정부 당시의 시장안정화 대책에 비하면 단출하다.

내용부터 보자면 서울 등 수도권지역에한해 집값의 60%이던 대출 한도를 50%로낮춘다는 것이다. 10억짜리 아파트를 담보로6억원까지 대출해 주던 것을 5억원까지만빌려주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는 또 단서가있다. 집값이 6억원이 넘거나 상환만기가 10년 이하인 6억원 이하 아파트가 대출한도 강화 대상이다. 최근 집값이 오른 서울 고덕동,목동, 여의도나 분당신도시·과천 등을 겨냥한 것인 셈이다. 6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는 대출기한이 10년만 넘으면 영향을 받지않는다. 여기에 중도금 등 집단대출·미분양주택 담보대출도 규제대상에서 제외됐다.

규제 대상이 한정적이라는 것은 결국 효과 측면에서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대책 이후 시장에서는 아직 별다른 흐름의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매수세가 조금 위축되긴 했지만 집값이 하락세로 반전되는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평균 아파트담보대출 비율이 집값의 47%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도를 60%에서50%로 낮췄다고 해서 크게 위축될 이유가없는 것이 당연하기도 하다.이 때문에 대책의 ‘ 강도’ 나 ‘ 효과’에 대한시장의 평가는 유보적이다.

여기에서 정부 정책의 고민과 한계가 엿보인다. 사실 정부 대책 발표 전까지만 해도금융당국은 상당히 강도 높은 대책을 예고했었다. 부동산 시장이 투기화하고 시중의부동자금이 몰려드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성 발언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주택투기지역 지정과 유사한‘투기우려지역’지정 가능성까지 제기됐었다.

실제로 올들어 서울 고덕·목동·여의도와과천·분당 등의 집값 상승세는 주택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을 충족하고도 남았다. 맘만 먹으면 언제든 전매제한을강화하고 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정부가 투기지역 재지정 카드를 꺼내지 못한 것은 부동산 시장에대한 정부의 복잡한 속내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신규분양주택의 중도금 대출을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오랜만에 살아난 수도권 신규분양 시장의 분위기를 바꿔놓기엔 부담이 작용했기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책의 실제 효과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정부가 규제 강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다.이는 최근 중도 실용노선을 강조하고 있는청와대의 정책 노선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집값 상승의 온기가 지역적으로 분산되지 못하고 강남권과 주변부에만 집중되고있는 현 시장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부자 정부’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위기감이 정부 내부에서도 공감대를 얻고있다는 것이다. 특히 아직 경기 침체 장기화우려가 큰 상황에서 자칫 가파른 집값 상승이 멈추고 가격이 급락할 경우 부동산발 금융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정부가서둘러 대책을 내놓게 된 배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동산 대책은정부의 딜레마다. 불길이 확산되도록 지켜볼수도, 그렇다고 급히 물을 부어 진화하는 것도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카드다. 불길이 번지지는 않되 꺼서도 안 되는 복잡한 상황인셈이다. 대출규제 강화 카드가 시장의 흐름을 적절하게 조절해 주지 못한다면 추가 대책에 대한 정부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 밖에없는 이유다.

하지만 여기에서 정부가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시장은 규제 강화든 완화든 확실한방향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정책은 불안감과 불신만키울 수 있다. 가능한한 여론 떠보기식의 입은 닫고 정책 그 자체로 말하는 명쾌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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