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건설 현장의 한국 근로자 전사들 휴가도 반납하고 ‘제2 중동신화’ 땀흘려

6월 하순 중동에 있는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현대건설 해외건설 현장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밤 12시에 출발해 두바이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카타르 도하의 국제공항에 아침 7시(현지 시간)에 도착했다. 비행 시간만 10시간이 넘었고 두바이에서 환승하기 위해 기다린 2시간을 포함하면 무려 12시간 이상 걸렸다.도하국제공항을 나서는 순간 내가 중동의 한 가운데 있다는 걸 실감했다. 사막의 뜨거운 열기가 순식간에 얼굴을 확 덮쳤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인데도 섭씨 40도를 웃돌았다.

여기서 7500만평 규모로 조성 중인 라스라판 산업단지에 있는 현대건설의 GTL5(Gas-To-Liquid, 천연가스 액화정제시설) 및 발전·담수공사 현장까지는 버스로 2시간 가량 걸렸다. 건설현장으로 가는 길은 모래로 뒤덮인 사막지대였다. 모래 먼지까지 흩날리는 등 기후는 그야말로 견디기 어려운 상태였다. 현장 관계자는 체감 온도가 50도가 넘는다고 귀띔했다. 그런데도 직원들은 머플러와 얼굴을 감싸고 긴팔 옷을 입고 있어 그렇게 하고 있으면 덥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피부를 태양에 드러내놓는 것보다 오히려 시원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GTL5 현장에 4700여명, 발전·담수공장에 7000여명의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새벽 5시30분(일부는 5시)부터 일을 한다. 사막의 뜨거운 열기를 피하기 위해서다.한국인 직원들은 하루에 세번 출근한다. 새벽에 첫 출근을 한 다음 점심식사 때 숙소가 있는 캠프로 와서 밥을 먹은 뒤 현장으로 돌아가 오후 일을 한다.

제3국 근로자들은 하루 일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위해 숙소로 돌아와 쉬지만 한국인 직원들은 마무리 작업을 위해 또 출근한다.그나마 위안인 것은 이곳에서도 우리 음식을 맘껏 먹을 수 있다는 점. 하지만 가족들이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휴가를 손꼽아기다리는 건 당연하다. 현재 현대건설 해외근무자들은 일 년에 4번 휴가를 간다. 3개월반을 근무하면 2주일 휴가를 낼 수 있다. 한국 도착 및 출발시간 기준으로 2주일이다.따라서 보통 15-16일 정도 휴가를 가는 셈이다. 과거에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휴가다.

이원우 GTL5 현장소장(상무)은 “현재와같은 휴가 시스템은 선진국들이 운영하고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현대는 2006년부터 현재의 휴가 제도를 도입했다. 과거에는 6개월 또는 8개월 심지어 1년에 한 번 갈 수있을 정도였다. 한국의 건설업체들이 중동지역에 첫 진출했을 때 선진국 근로자들은 지금의 현대와 같이 휴가를 갔다고 한다.

휴가 제도만 보면 한국도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오른 셈이다. 그러나 직원들은 한 푼이라도 더 벌기위해 휴가를 반납하기도 한다. 휴가 때 나오는 비행기 값이 고스란히 남고 근무 수당도 받을 수 있어서다. 가족이 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가족의 풍요로운미래의 생활을 위해 가장(家長)이 희생하는것이다. 이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남편들의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카타르에는 현대건설만 있는 게 아니다.대우건설 두산중공업 GS건설 등 대형건설사는 물론 울트라건설(하수관공사) 등 중견업체도 이글거리는 사막의 열기와 싸우고있다. 전문업체들도 이들과 호흡을 맞추며 중동 신화를 재창조하고 있다. 현대건설GTL5 현장에는 성창기공, 세종기업, 금가공영, 한보기공, rgus 등 한국에서 온 협력업체 임직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철골 배관 전기 계장 스팀 파이프제작 등 전문분야 업체들이다. 협력업체에서 온 한국인 직원과근로자들만 95명이다.제2의 중동 신화를 만드는데 전문업체들이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 건설업체와 전문업체들 근로자들이 손잡고 사막의 나라에서 묵묵히 오일 달러를 캐는 모습을 바라보니 코끝이 찡했다. 출장 기간 내내 이들의 뜨거운 열정은 사막의 열기보다도 더 뜨거움을 느꼈다. 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