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등 단기 업적에 빠져 미분양 등 제발등 찍어

연구개발 투자로 장기적 안목 지녀야 기업 장수

지난달 말 건설업계에서 주최하는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했다. 주제는 ‘경제위기극복과 (건설산업의) 신성장 동력 창출’ .

여기에 함께 패널로 참석한 고위 공무원의말이 생각난다.

“한강변을 지나면서 높이 솟아 있는 아파트 브랜드들을 보세요. 그들 중에 아직도살아있는 곳이 몇 군데나 되는지 아십니까.

많은 업체들이 소리 없이 사라졌습니다. 아파트를 지어 높은 분양가에 팔아먹다가 어려운 시절을 만나니 넘어졌어요. 건설업의본질은 결코 집만 짓는 게 아닙니다” 그의말을 듣고 보니 청구 우방 한양 유원 한보등 수많은 명문 주택건설업체들이 한때 초신성처럼 빛을 발했다가 사라졌다는 것이회상됐다.

기자가 부동산과 건설부문을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게 ‘ 단기 업적주의’였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취해 먼 미래를 보지 못한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택건설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 한 건’ 을 노리는 자세다. 올해 워크아웃 대상이 된 한 업체는지방에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했다.

회사 대표는 “이번 건만 성공하면 아무런걱정이 없습니다”고 줄곧 외쳤지만 지방시장이 미분양 적체의 직격탄을 맞자, 소리없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한 지방건설업체는 용인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누가 봐도 운이 좋은 ‘횡재’ 였으나,최고경영진은 자신의 실력으로 착각해 사업을 더욱 확장했고 결국 사망 위기에 몰린상태다.

건설업체가 이런 ‘ 한 건 주의’ 에 빠진 것은 그동안 어려움에 몰릴 때마다 정부가 앞장서서 구해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오랫동안 그런 행태가 반복되니 건설업체는‘ 버티면 결국 살아 남는다’ 는 인식을 하고무리하게 사업을 펼친 측면이 있다. 그러나이러한 악순환의 고리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의문이다.

한때 PF가 대박을 떠뜨린다고 너나없이뛰어든 적이 있다. 그러면서 땅값을 마구올렸다. 예컨대 용산역세권개발의 경우 당초 땅값이 4조원 이하로 예상됐으나 경쟁이 심해지면서 8조원을 넘었다. 오늘날 해당 프로젝트는 사업성이 나빠져 휘청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다른 PF들도 마찬가지다.

건설업체의 연구개발(R&D) 부재도 문제다. 건설업계는 산학협력은 거의 하지도 않고, 연구비도 지출하지 않는다. 쥐꼬리만한R&D 예산으로 연구인력 인건비나 충하는 지경이다. 그렇다고 한국 건설기술의 수준이 높은 것도 아니다. 세계 최고수준의77%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래는 보장되지 않는다.

최근 정부는 경기침체 탈출을 위한 일거리 마련에 나섰고 그 대표적인 사례가 ‘ 4대강 살리기’ 다. 그렇지만 이러한 일감은 계속 나오는 게 아니다. 건설산업의 비중은선진국이 될수록 낮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국내총생산(GDP)의 15% 내외를 차지하나선진국은 대개 10% 밑이다. 당연히 향후시장 규모는 작아지게 된다.

점점 작아지는파이를 놓고 업체간 전투가 더욱 치열해진다는 의미다. 이럴 때는 차분히 기초를 다지고 기술과 인력의 수준을 높인 업체만 살아남게 된다.

재미있는 일화 하나. 어떤 나그네가 길을걷다가 호랑이를 만나 쫓기게 됐다. 죽을힘을 다해 도망치다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졌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나뭇가지에 걸렸다. 기뻐서 한숨을 돌리고 밑을 보니 악어놈이 버티고 있고, 위를 보니 호랑이가 있는데 문득 눈앞에 꿀통이 놓여 있었다. 찍어 보니까 맛이 기가 막혀 순간 호랑이와악어를 잊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생쥐 한마리가 나와서 이 사람이 앉아있는 뿌리를 갉아 먹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그네는 모든위험을 잊고 입안에 가득 퍼지는 꿀의 단맛에 취해 있을 뿐이었다. 현재 건설업계 종사자 가운데 이 나그네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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