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감면 시한 앞두고 아파트 ‘밀어내기’분양

자동차업계는 매년 말이면 어김없이 협력업체까지 동원해 밀어내기에 안간힘을 쓴다. 해가 바뀌면 기존 연식의 차는 ‘구 모델’이 되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연말이 되면서 주택건설시장에서도 ‘밀어내기’가 한창이다. 그런데 이 밀어내기 상황이 좀 다급한 게 아니다. 자동차 업계의 밀어내기와는 그 강도가 다르다. 사활까지 건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12월 한달간 전국에서 건설업체들이 공급했거나 공급할 물량이 무려 5만6,000여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공급물량이 1만3,000여 가구에 불과했으니 4배 가까운 물량이 쏟아지는 셈이다. 여기에 내년 1월로 분양일정이 잡혀 있는 공급물량도 줄잡아 1만 가구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년 같으면 12월말부터 이듬해 1~2월은 전통적인 분양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요자들로서는 때 아닌 ‘분양 풍년’을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이 같은 분양 러시의 배경에는 정부가 1년간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신축주택 양도소득세 감면’이 내년 2월11일로 종료되기 전에 빨리 집을 팔자는 절박함이 깔려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집을 취득한 후 5년간 많게는 양도세를 한 푼도 물지 않아도 된다는 건 엄청난 메리트다. 정부의 정책적 혜택을 십분 활용하지 않으면 시장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업계의 불안감이 밀어내기를 재촉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리고 그(2010년 2월 11일) 이후는? 아무도 모른다. 건설업계는 양도세 감면조치 시한 만료 이후의 시장 상황에 대해 “겁이 난다”고 말한다. 최근 분양시장의 훈풍은 어디까지나 ‘정책적 효과’이지 시장 자체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때문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리 부동산, 특히 주택시장이 얼마나 비시장적인가를 드러내주는 단면이다. 시장의 가장 기본적인 작동원리는 수요와 공급이다. 비정상적 상황에서는 정부 등 공공의 인위적 시장 개입이 필요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한적이고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칙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한국의 부동산 시장 상황은 몇 년, 아니 한 해에도 몇 번씩 춤을 춘다. 그리고 이처럼 롤러코스터를 타는 주택시장의 근본적인 원인은 너무 깊이 개입한 정부의 정책이다. 단기간에 시장을 안정시키거나 활성화하기 위한 조급증에 급조된 정책을, 그것도 너무 빈번하게 작동시키다 보니 수요와 공급 역시 이 정책의 흐름을 따라 단기간에 급변하는 불안정성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주택건설업체 역시 이처럼 정책이 조변석개하다 보니 중장기적인 사업계획을 세우기 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하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우성, 한양, 한신공영, 우방, 청구 등 한때 국내 주택공급 시장을 좌우하던 내로라던 업체들이 채 10년을 버티지 못하고 경영위기를 겪은 것도 따지고 보면 지나친 정책적 개입과 업계의 리스크 관리 부재에서 기인한다.
한 중견 건설업체 임원은 최근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양도세 감면조치 만료를 앞두고 활기를 띠는 분양시장에 대해 큰 걱정을 나타낸 적이 있다. 당장 내년 초 이후 공급감소도 문제지만 지금 공급된 아파트들이 한꺼번에 입주하게 되는 2~3년후의 시장상황이 문제라는게 그의 우려다.
분양시점에는 공급가격이 정해져 있어 가격변동이 억제되지만 입주가 이뤄지면 시장이 작동하게 된다.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입주하게 되면 공급과잉이 빚어진다. 이는 해당 집값은 물론 주변 기존주택 가격까지 떨어뜨리는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일반 소비재는 값이 떨어지면 수요가 늘지만 주택이라는 상품은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는 더욱 위축된다.
이제는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할때다. 당장의 달콤함에 취해 언제까지 ‘독배’를 들어야 할 것인지를.

정두환 서울경제신문 부동산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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