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장관 석달새 “거래활성화”“투기 차단” 냉온탕

시장과열은 일부 지역에 국한… 정책 변화 신중해야

정부는 지난해 11월 3일 서울의 강남 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를 제외한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전역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 효력은 관보 게재일인 같은 달 11일부터 발효됐다. 정부의 이조치는 주택시장 침체로 자산 가치 하락에따른 경기침체 심화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나왔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집값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낮고 미분양이쌓이는 등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지정당시의 목적이 사라졌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또한 투기지역 및 과열지구를 해제하더라도 투기 재연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 대책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고려했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늦은 감이 있지만 노무현 정부의 무차별적인 투기 억제책으로패닉상태에 빠진 부동산 시장의 기능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계기가 됐다며 정부의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강남 3구의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해제 유보는아쉽다고 지적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내정자 시절인 지난 2월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부동산 문제는 거래가 실종돼 시장 형성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이 문제”라며 “시장을형성시켜 투기 수요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문제는 투기 이전에 시장이 원활히 가동되지 않고 있다”며 “거래가 활성화돼야 건설업체나 관련 인력에도 이익이 되고 일자리창출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상황이 돌변한 것일까. 윤 장관의입에서 갑자기 ‘ 부동산 투기 차단’ , ‘수단총동원’이란 서슬 퍼런 단어들이 쏟아져나왔다.

윤 장관은 5월 12일 취임 100일 앞두고가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석 달 전인사청문회와는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윤 장관은 “정부는 요즘 주택가격과 거래량 추이, 시중 자금흐름, 주택담보대출동향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며 “앞으로 일부 지역에 부동산 투기조짐이 보이면금융· 비금융적인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바로 잡겠다”고 경고했다.

윤 장관의 달라진 발언을 접하면서 부동산 분야를 취재하는 필자는 놀라지 않을 수없었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던 시절에나들을 수 있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윤 장관의 발언을 강남 3구 이외 지역에서도 부동산 투기 움직임이 나타나면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으로 지정하겠다는의미로 해석하면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현재 부동산 경기는 일부 강남 재건축의집값 상승 조짐과 인천 청라지구의 분양 열기 외에는 이렇다 할 온기를 감지할 수 없다. 그나마 강남 재건축 값도 단기간 상승에 따른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투기지역은 월별 집값 상승률이 전국 소비자물가상승률보다 30%이상 높은 지역 가운데 2개월간 집값상승률이 전국 평균보다 30%이상 높거나, 1년간 연평균 상승률이 3년간의 전국 연평균 상승률보다 높은 지역에 대해 지정된다. 투기과열지구는 전국의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지역으로서 2개월간 청약경쟁률이 5대1을 초과하는 경우 등에 지정된다.

현재 이 기준에 든 곳은 지난 4월22일부터 본격 분양에 들어간 인천 청라지구 밖에없다. 최고 59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해과열로 볼 수도 있지만 분양가가 낮아 실수요자들이 몰렸다는 점에서 투기로 보기는힘들다.

윤 장관이 혹시 투기세력이 끼어드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시장을 ‘ 협박’ 했다 하더라도 현 시장을 너무 모른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 당국은 아직 부동산 시장과건설 산업이 경기 불황의 태풍 한가운데 있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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