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이 풀린 모르핀 효과… 냉정한 이성 견지해야

한국 경제가 ‘심각한 경제위기’ 에서 ‘회복국면 진입’ 으로 돌아섰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지난해 말 98년 외환위기보다더한 경기침체를 예상했던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이제는 최악국면은 탈출했다는 진단을내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7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은 올해 1분기중 전기 대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0.1%를 기록했다. 조사 대상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한 것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푸어스(S&P)도 한국경제추세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교수도 5월27일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서 아시아가 다른 선진국보다 빠르게 위기에서 벗어나고 특히 내년한국 경제성장률은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인 1.5%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그는 대표적 경제 비관론자로 ‘닥터 둠(Dr.Doom)’ 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그렇다면 정말 한국 경제는 살아나는 걸까. 경제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모두들‘숫자의 함정’ 과 ‘숫자뒤에 담긴 진실’을 잘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마이너스4%, 내년에는 플러스 1.5%를 예측했다. 단순히 산술합산을 해도 2년간 마이너스 2.5% 수준이다. 지난해말과 비교할 때 2년동안 살림살이가 좋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루비니 교수도 “세계경제가 연말께 회복세로 접어들지만금융 불안 요소가 남아 있어 한동안 둔화된 성장(저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주식·외환시장이 선전하고 송도·청라지구를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살아나고있는 것도 ‘재정 지출과 통화공급에 따른 모르핀 효과’ 의 성격이 강하다. 한국 경제의잠재력을 키울 설비투자는 지난 3월 전년동기 대비 23.7%가 감소했다. 지난 3월 건설수주의 경우 민간부분에서의 31.1% 감소를 공공부문에서 9.7% 증가로 어느 정도 상쇄하면서 14.7% 감소했다. 그나마 공공부문의 발주증가율은 4월 이후 점차 감소할 것으로 보여 건설시장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여겨진다. 811조원(4월말)을 넘는다는 단기 부동자금도 골칫덩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투입과 통화 공급을 대폭 늘린 결과 돈은 넘쳐난다. 문제는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와 여전한 경기침체 속에서 갈 곳을 잃은 돈들이부동산 주식으로 흡수돼 ‘거품’을 키우는 게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것.

김재천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최근 한 토론회에서 “금융위기 파급과정에서 금리 인하 및 유동성 공급 확대 외에도 비정통적인정책수단들이 동원됐다. 앞으로 경제상황전개에 발맞춰 이런 정책기조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릴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밝힌 것도 여전히 경기흐름이 좋지 않음을방증한다.

이러한 와중에 건설업 종사자들은 경기회복을 조금씩 즐기는 듯한 분위기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4월 건설업 체감경기지수’ 조사 결과를 보면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SOC 예산 증액 및 조기 집행등의 영향으로 전월대비 7.6포인트 상승한80.0을 기록했다. 21개월만에 처음 80선 회복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공공공사 발주가줄고, 민간 공사 수주는 부진한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 비중이 계속 증가하는 등 건설업계의 악재는 여전히 산재해 있다.

주가와 일부지역 아파트 모델하우스에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경기의 봄’ 이 왔다고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주가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바로 꺼지게 되고, 분양열기는 소득증가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몇달 지속되지 못한다. 일부 전문가나 국토해양부 일부 관계자들도 사석에서 만나면하반기 이후 분양시장의 냉각을 조심스럽게 점친다.

알프레드 마샬은 신고전파 경제학의 창시자로 케인즈의 스승이다. 그는 케임브리지대학 교수 취임 강연에서 학생들에게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요구했다. 냉철한 이성으로 경제를 바라보되, 따뜻한 가슴으로 경제가 만들어가는 세상을 이해하라는주문이다. 건설업계 종사자들은 마샬의 얘기가운데 ‘냉철한 이성’ 을 어느 때보다 마음속깊이 새겨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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