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통한다”…단골 마케팅 전략에서 금융위기 한파 맞으며 “어떤 계책 맞설까”

손자병법과 쌍벽을 이루는 중국 병서(兵書) 가운데 ‘ 36계(計)’ 가 있다. 정통 병서인 손자병법과는 달리 36계는 일종의 심리전이나 인간관계학을 다룬 책이다. 저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간의 삶의 지혜를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6계는 크게 6가지로 분류된다. 승전계(勝戰計· 1∼6계), 적전계(敵戰計· 7∼12계), 공전계(攻戰計· 13∼18계), 혼전계(混戰計· 19∼24계), 병전계(倂戰計· 25∼30계), 패전계(敗戰計· 31∼36계)다. 패전계는 패배를 앞두거나, 마지막으로 전세의 역전을 꾀하거나, 위기를 모면할 때, 즉 최악의 상황에서 싸우는 기술이다. 패전계의 첫번째인 31계는 ‘ 007시리즈’ 와 같은 스파이 첩보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미인계(美人計)다.

비즈니스에서 미인계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 기법이다. 기업들은 유명 여성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출연시켜 매출 증대를 노린다. 넓은 의미로 여성의 아름다움으로 고객을 유혹하는 셈이어서 미인계로 분류할 수 있다. 실제로 미인은 어떤 무력보다도 강하고 효율적인 데다 남녀노소에게 잘 통하는 광고 기법이다.

미인계는 건설사들도 애용하는 마케팅수단의 하나다. 유명하다는 연예인들이 크고 작은 건설사들의 광고 모델로 등장하는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언뜻 떠오르는 건설사 모델 여자 연예인 만해도 고소영,이영애, 이미연 등이 있다. 건설사들이 모델료를 밝히지 않아 정확한 금액은 알 수없으나 이들의 1년 모델료는 수억 원 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빅 스타를 아파트 광고 모델로 쓰는 경우는 드물다. 빅 모델을 내세우는 것은 한국만의 특수 상황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 S라인’ 몸매에 미모를 겸한 여자 연예인을 내세워 ‘ 우리 아파트는 이렇게 예쁘고 유명한 연예인이 찾는 집’ 이라는 점을 은근히 알려 계약을 유도하는 전술이다. 아파트를 고르는 ‘ 가정 내 권력’ 이 여성, 즉 주부라는 점을 감안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지적도 있다.

소비자들은 빅 스타의 이미지와 건설사의 주택 브랜드를 연결해 생각할 수밖에 없다. 빅스타의 흡인력을 감안할 때 건설사들은 이들을 모델로 계속 등장시키고 싶은 유혹에서 헤어나기 힘들다. 하지만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빅스타를 더 이상 아파트의 품질과 연결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모델료가 분양가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친근감보다는 거부감마저 느낀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를 피해갈 수 없는 탓에 건설사 CF나 신문광고에서 빅 스타들이 대거 사라졌다. 앞으로는 아파트 광고에서 빅 스타를 찾아보기 어려울 듯하다. 건설사들도 이번 기회에 아예 빅 스타를 모델로 내세우는 전략을 포기했으면 한다.

화려한 모델로 아파트 청약을 권유하는 것은 마케팅에 있어 하수에 속하기 때문이다.‘ 미인계’ 는 ‘ 패전계’ 의 하나일 뿐이지 않은가. ‘ 글로벌 금융위기의 쓰나미가 국내경제를 쓸어버리는 최악의 상황일수록 품질로 승부하고 하도급업체와 상생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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