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줄과 인맥으로 사업하는 시대는 지나

자체기술·견실한 재무구조로 승부해야

논어 위령공편에‘군자는 자신에게서 구하고, 소인은 남에게서 구한다(君子求諸己,小人求諸人)’이라는 구절이 있다. 모든 잘못의 원인을 군자는 자기에게서 찾으며, 소인은 남에게서 찾으며 자기에게는 잘못이없다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남의 탓’을 하는 목소리는 언제 많이 나올까. 동서고금으로‘먹고 살기 힘들 때’가아닌가 싶다. 생활이 궁핍하고 팍팍해지니저절로 남을 원망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현재 이러한 마음을 갖는 대표적인 업종이 건설업계일 것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사업 면허를 반납하거나 등록 말소된 업체는 모두 1199곳에 달했다. 한 달에 100개가문을 닫은 셈이며, 2007년(944곳)에 비해26%나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새로 주택건설업에 등록한 업체는 390곳으로 2007년(808곳)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특히 중견 건설업체나 주택업체의 하도급을 주로 맡고 있는 전문건설업체들은 안타까운 마음이 더할 것이다. 지난해 2127개 전문건설업체가 폐업을 신청, 한 달 평균 177개 업체가 간판을 내렸다는 점은 현재 상황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고 있다‘. 경기침체로 일거리는 줄고, 하도급 대금은 제대로지급되지 않고, 건설단가는 떨어지고…’가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당연히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모임에서 정부와대통령을 탓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실제로 정책을 봐도 원망할 게 너무 많다. 한두 가지만 살펴보자.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조기 재정집행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데, 뜯어보면 많은 전문건설업체는 수혜대상에서 제외되는 듯하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달간 58건에 총 7조2405억원에 달하는 공사가 턴키ㆍ대안공사로 나왔는데 이는 발주금액의 63%를 차지한다. 이러한 공사는 대부분 대형업체가 따내기 마련이니 중소 전문업체에는 기회가 제한됐다고 할 것이다.

정부는 2월18일부터‘불법 하도급대금지급행위’에 대한 실태점검에 나섰다. 하도급 대금 미지급과 지연지급, 불법 장기어음과 대물변제 등을 점검하고 위반업체는영업정지(2개월)나 과징금(2000만원)을 부과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경기침체로 대형업체들도 생존하기 힘들어 하도급업체를 쥐어짜고 있는게 만연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볼 때 전문건설업체로서는 당연히 정부나 대형업체를 원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상황이 너무절박하다. 게다가 현 상황을 준비하지 못한업체들도 많다. 50대인 한 전문건설업체 대표는“평소 기술력이 뛰어나거나, 재무구조를 튼튼히 해둔 업체는 큰 문제가 없다.

10년 전 외환위기 때도 힘들었고 그 전에도 힘든 시기는 많았다. 정부나 대형업체만탓한다고 문제가 해결된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별다른 기술도 닦아놓지 않은채‘연줄과 네트워크’로 알음알음 사업을해나간 업체일수록 경기침체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일반적으로 잘못의 원인을 자신에게서찾으면 그 원인이 잘도 보인다. 그 후에는다시 잘못하는 일이 드물다. 반면에 남에게서 잘못의 원인을 찾으면 그 원인이 제대로보이지 않고, 잘못은 지속적으로 반복되기마련이다.

어려운 상황이 닥쳐올 때‘남의 탓’으로돌리며 손가락질을 해보라. 그러면 3개의손가락은 자신에게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균형감을 잃지 않는 책임의식’을 갖고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지혜가 더욱 필요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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