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대체로 정확한 해법없어 정부만 바라보다간 자생력 상실

‘인디언 추장의 딜레마’라는 우화가 있다. 인디언들이 겨울이 다가오는 어느 날 월동준비를 하면서 추장에게 조언을 구했다. “추장님, 올 겨울은 추울 것 같습니까?” 추장은 몰래 자기 천막에 들어가 기상대에 전화를 걸었다. “올 겨울은 추울까요? 따뜻할까요?” 추장의 질문에 기상대는 “겨울이니까 당연히 춥겠지요”라고 답했다. 추장은 인디언들에게 “올 겨울은 추울 것이니, 땔감을 충분히 준비하도록 해라”고 지시했다.

인디언들은 땔감을 모으다가 도대체 얼마만큼을 마련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자칫 땔감이 모자라면 큰일이기에 다시 추장에게 물었다. “올 겨울이 얼마나 추울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추장은 다시 기상대에 연락했다. “이번 겨울은 얼마나 추울까요” 기상대측은 대답해줬다. “사상 최악의 한파가 예상됩니다. 인근 인디언 마을에서 벌써부터 추위에 대비해 땔감을 구하느라 난리인 걸 봐서 그렇게 생각됩니다”

딜레마(dilemma)는 그리스어의 di(두번)와 lemma(제안, 명제)의 합성어다. 선택해야 할 길이 두 갈래가 있는 데 어느 한쪽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곤란한 상황을 일컫는 단어로 쓰인다.  많은 건설업체들이 최근 이러한 딜레마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이다.

첫번째는 경기가 어떻게 될지, 부동산시장이 어찌 될지 매우 불투명하다는 것. 좋아질지 나빠질지, 나빠진다면 얼마나 나빠질지 알기 어렵다는 얘기들이다. 그러다보니 새해를 맞이했는데도 정확한 사업계획을 확정짓기 어렵다.

두번째는 구조조정의 방향 잡기가 힘들다는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알짜 자산’을 팔라고 조언하나 정말 알짜를 팔 경우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자산을 잡고 있을 만큼 여유도 없다. 자금 유입 시 부채상환을 통해 재무상태를 안정시킬 것인지, 아니면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할 것인지도 가늠하기 쉽지 않다.

세번째, 건설업은 사람 장사이므로 함부로 구조조정을 했다가는 미래경쟁력을 잃게 된다. 실제로 외환위기 때 많은 건설사들이 사람 관리에 소홀히 했다가 나중에 어려움을 겪었다.

네번째, 주택의 경우 브랜드가치를 위해 그동안 투자한 기조를 향후 어떤 수준으로 유지해야 할지도 문제다. 브랜드는 미래의 부가가치이므로 어렵다고 무작정 줄여서도 곤란하다.

경제가 어려워질 때마다 정부는 해법과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경제에는 대체로 정확한 해법이 없고, 딜레마만 있는 게 태반이다. 예컨대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려고 하면 물가가 뛰고 환율이 올라간다. 물가를 잡으려고 돈을 줄이면 기업이나 가계가 돈 문제로 고통받고, 환율하락으로 수출에 타격을 받는다. 경기를 살리려고 세금을 줄이면, 재정이 적자가 되고 돈가치가 떨어지며 적자부담은 후손들이 지게 된다. 그렇다고 세금을 늘리면 소비가 위축된다. 결국 경제에는 100% 만족시키는 해법이 없다. 다만 딜레마를 풀어가면서 그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으면 만족해야한다는 얘기다.

건설업계는 불경기로 부도업체가 속출하는 마당에 정부가 재정을 팍팍 풀어주기를 기대한다. 정부도 공공투자를 크게 늘리고, 4대강 정비사업 추진 등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가난은 나랏님도 못막는다’는 옛말과 정부의 ‘7-4-7 공약’이 1년 만에 공염불된 사실에서 유추해볼 때 지나친 정책 기대는 금물이다. 세금이 기반이 되는 재정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고, 정부만 바라봤다가는 자생능력을 상실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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