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사업에 독인가 약인가. 이 물음에 정답은 없지만 유능한 CEO는 골프에서 운동을 뛰어넘은 무언가를 찾으려 한다. CEO들이 골프와 씨름하며 얻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골프에세이스트 방민준 씨(전 한국일보 논설위원실장)가 매주 연재하는 ‘골프와 사업’은 CEO들이 골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전해줄 것이다.  /편집자 주







“밥만 먹고 공만 쳤나보군.” “저러니 사업이 잘 될 리가 없지.” 단시일 내에 몰라보게 골프 기량이 향상된 사람들이 골프장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멋진 샷에 대한 시샘에 너무 잘 쳐서 동반자들 기죽이지 말라는 엄살이 섞인 농담이다.

미국에는 이런 골프 격언도 있다. “(평균 타수가) 100타를 넘으면 자신에게 문제가 있고, 90타 이하이면 회사 일에 문제가 있다. 80타 이하면 가정을 포기한 사람이고, 70대를 치는 사람은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이다.” 골프에 미친 사람을 빈정대는 투의 이 격언 속엔 골프를 잘 치려면 회사나 가정, 심지어 자신까지 희생할 정도로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아 붓지 않고선 불가능하다는 역설이 담겨 있다.

골프가 빠른 속도로 대중화 되면서 이런 류의 농담은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오히려 많은 CEO들은 골프가 경영에 도움을 준다고 믿고 있으며, 골프실력과 경영실적은 비례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과연 골프가 사업에 도움이 될까.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도락을 미화하기 위해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것은 아닌가. 골프를 모르는 사람들이 흔히 품는 의문이다. 골프를 하는 사람들의 답변도 일치하지 않는다. 단지 스포츠나 게임으로 즐기는가 하면 골프를 고도의 정신수양으로 삼기도 하고 경영의 중요한 한 축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골프를 잘못 즐기면 중독성 노름과 다르지 않고, 유익하게 활용하면 더 이상의 도락을 찾기 어려울 정도의 기막힌 스포츠임은 확실한 것 같다. 10세기 전후 스코틀랜드에서 골프가 시작된 이래 ‘불가사의한 운동’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니는 까닭이다. 골프를 잘 치는 경영자가 회사 경영도 잘한다는 속설은 이제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수년 전 블룸버그통신의 한 칼럼니스트는 “미국에서 골프를 가장 잘 치는 최고경영자(CEO) 25명과 해당 기업의 주가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이 다른 기업들보다 높은 주가 상승률을 나타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핸디캡이 낮은 CEO 25명이 이끄는 기업들의 2001~2003년 주가 상승률은 11%로 이들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S&P500지수 구성 종목들의 상승률 5.6%를 웃돌았다”며 “골프에서 요구되는 고도의 집중력과 절제력이 회사 경영에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영전문지 〈전략과 비즈니스〉는 골프와 경영의 연관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스코어를 향상시키기 위한 골퍼의 노력은 경영성과를 높이고자 하는 경영자의 노력과 같으며, 정확한 스윙을 통해 목표지점에 공을 보내는 구조는 기업의 경영 프로세스와 비슷할 뿐만 아니라 전략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도 골프와 경영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CEO나 임원들 중에 골프를 못 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다. 단순히 골프라는 스포츠의 매력에 빠져 운동 삼아 골프를 즐기고 사업상 거래선과의 좋은 관계 유지를 위해서 골프를 한다. 어떤 사람들은 결코 뜻대로 되지 않는 골프를 정복하기 위해, 또 드물게 골프가 갖고 있는 엄청난 정신세계에 빠져 골프를 사랑하기도 한다.

골프실력과 경영성과가 완전히 비례한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골프를 잘 치기 위해 땀과 정성을 쏟듯 사업에 임한다면 성공을 못 거둘 이유가 없다는 것을 대다수 골퍼들은 인정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방민준 골프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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