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리스크 관리 시스템 구축

위험 징후 발견시 선제대응 중요

일본이 1980년대 말에 겪었던부동산열풍과 곧 이은 거품의 붕괴는 최근 전세계적인 금융위기와함께 부동산시장이 침체상태에 빠지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당시 일본의 땅값 상승은 도쿄의 상업지를 시작으로 해서 도쿄,오사카, 나고야의 3대 도시 그리고 지방도시로 차례로 확산하는양상을 띠었다. 상업지를 비롯한지가상승에 이어서 주택가격도 따라서 올랐다.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면서 거품경제에 따른 피해가 심해지자 일본정부는 대책마련에 나섰다. 가격폭등을 억제하고 시장의 거품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과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라 부동산가격은 1991년을 고비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상업지의 경우는 상승폭의 거의대부분이 다시 하락했고, 대도시의 상업지가격은 거품형성 이전인1986년의 가격을 밑도는 지역마저 속출하고 있다. 거품붕괴로 집값 역시 크게 떨어졌다.

일본이 겪었던 부동산거품 발생과 붕괴, 그리고 10여년에 결친장기불황의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과 정책들은 부동산 같은 투자성격이 강한 자산시장의 불안정한 움직임이 국가경제나 사회에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쳤으며,이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정책적 판단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와 함께 부동산문제는 단순히 부동산시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생활은 물론 국가경제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과제라는 인식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 부동산시장에서 거품이 발생하고, 급격하게 붕괴된 배경은금융정책 완화 등 시장 외적인 요인에 기인한 측면이 많다. 그렇지만 과잉유동성이나 금리인하 같은거시지표 자체의 문제에 못지 않게 거품의 발생과 붕괴, 이에 따른장기침체라는 상황이 초래된 배경으로는 시장상황에 대한 판단의미흡, 선제적 대응을 위한 정책수단의 부재, 거시경제 및 금융시스템에 내포된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 결여 같은 소프트한 측면의 원인도 검토되어야 한다.

부동산거품의 발생과 붕괴는 모두 국민경제에 많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특히 거품붕괴의 충격은 경제구조를 훼손할 정도로 심각하다. 따라서 거품 발생을 사전에 억제하고, 거품이 형성되었을 경우 급격하게 파열하지 않고 연착륙을 유도하는 대책이 필수적이다. 이를위해서는 효율적인 부동산정책을수립하여 운용하는 한편, 부동산과 관련된 금융시장을 건전하게관리감독하는 기능도 강화되어야한다.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시장의거품은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대개의 경우 서서히 진행되면서 가격상승이 축적되어 거품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인현상이다.

따라서 자산시장의 변동에 대응하는 금융정책은 거품의 존재를 누구나 알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적극적인 전략이 중요하다.

물론 이러한 전략은 반드시 실제 행동을 취하는 것을 의미하는것은 아니며,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리인상 같은 정책을 추진한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시장의 반응을 얻을 수 있다.

부동산가격의 급격한 변동이 야기하는 심각한 부작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리스크를중장기적 관점에서 판단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가격의 변동상태, 통화공급이나 신용공여수준,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의행동 등을 세밀하게 살펴보는 한편,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산가격의 변동이 거시경제나 금융시장에 미치는 리스크를 파악하는 작업이 따라야한다.

거시경제의 운용이나 금융정책이 부동산시장의 거품발생과 붕괴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수단이 정비되어 있어야한다.

거품의 형성을 미리 억제하고,부동산시장이 경제에 악영향을주지 않으면서 연착륙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정책이나 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어야할것이다.〈국토연구원SOC·건설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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