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건설회관에서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건단련) 주최로‘건설산업 상생협력 헌장 선포식’이 열렸다. 선포식에 참석한 면면과 행사 내용으로 미뤄 주최 측이나름대로 상당히 애쓴 흔적이 없지 않다.국토해양부 장관을 비롯 지방국토청장, 건설수자원정책실장 등 정부 관계관들과 수자원공사, 주택공사, 도로공사, 토지공사,철도시설공단, 인천공항공사 등 발주기관고위인사, 건설단체장 및 유관기관장, 건설업체 CEO 및 임직원 등 1백여명이상이 참석했으니 정부공사 발주자와 원도급업자및 하도급업자가 서로 협력하여 어려움을극복하고, 상생협력 정착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행사목적을 바깥에 알리는데 손색은 없어 보인다. 건단련 회장의 대회사에이어 국토부 장관의 격려사와 도로공사가마련한‘상생협의체 시범운영사례 발표’,발주자 대표와 원도급자 대표, 하도급업자대표들에 의한‘상생협력헌장’낭독에 이르기까지 행사내용도 공들인 만큼 그런대로 알차보였으며, 미모의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아서인지 진행도 매끄러운 편이었다.

일회성 과시형이 안 돼야

그럼에도 이 행사가 끝난 후 아직까지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하다. 왜일까? 자칫 이 행사 또한 일회성의 과시형 행사로 끝나지나않을까 싶어서다. 괜한 걱정이 아니다. 그동안의 경험이 그렇다. 걸핏하면 우르르 모여 궐기대회니 단합대회니 선포식이니 하는 행사를 얼마나 많이 열었는가? 그런 행사들이 당초 뜻과 목적대로 이행됐더라면우리나라는 지금보다 훨씬 발전했을 것이다‘. 쇼’로 끝난 행사가 그만큼 많았다는 이야기다. ‘상생협력’또한 마찬가지다.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워서 그렇지, 원도급업자와 하청업자 간의 상생은 그 동안 얼마나많이 강조되었는가? 서로 협력해야만 살 수있다며 손을 맞잡은 적이 한 두 번인가? 그럼에도 그 결과는 어떤가? 아직도 불법하도급이 횡행하고, 대물결제, 계약외 공사 등등..., 원도급업체에 의한 횡포는 그치지 않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공정위가 수시로‘불법하도급 사례’를 발표하지도 않을 것이며, 서면조사니 현장조사니 뭐니 해서 원청업자 단속에 나서지도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헌장’이 없어서 상생이 안 된 건아니라는 말이다.

행사보다는 제도개선이 먼저다

수많은 선포식과 단합대회, 궐기대회가당초 목적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일회성으로 끝난 것은‘위에 잘 보이기 위해’행사를 주관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행사들일수록 진정으로 이해당사자를 위해서 계획된 것이 아니라 소수의 관계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위해, 행사를 위한 행사로 계획했기 때문임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런 식의 선포식보다는 발주자, 원도급업자, 하청업자 대표들이 모여 상생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제도 도입 및 확대적용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것이 더 바람직했다고 본다. 이 난을 통해 입이 닳도록촉구해온‘주계약자공동도급제도’가 대표적인 예이다. 상생이 안 되는 이유가 뭔가?

원도급업자가 하청업자에게 줄 것을 제대로안 주고 일을 시키기 때문 아닌가? 주계약자공동도급제도는 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양자 간 분쟁을 근본적, 원천적으로 막을 수있는 제도임이 이미 확인된 제도이다. 그런데도 아직 본격 도입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뭔가? 선포식 자리에 모인 인사들은 머리를맞대고 이런 문제부터 따졌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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