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주택공급을 위한 공공역할 중요

개보수 시장 활성화로 신건설수요 창출





지난 몇 년간 서울 강남지역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나타났던 주택가격 급등현상은 금리의 급격한 하락, 주택담보대출 증가와 같은 금융적인 요인에 의해 초래된 측면이 많다.

그렇지만 가격이 상승한 바탕에는 주택수요의 증가에 공급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수급불안이 깔려 있었다. 이는 최근 강남지역에서 재건축아파트의 공급이 본격화되면서 아파트가격이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는데서도 알 수 있다.

주택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충분한 공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주택의 공급은 단순히 많은 물량을 공급하는 것보다는 적정한 공급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몇 년 동안 주택공급실적을 보면 주택경기에 따라 매년 공급의 변동이 크게 심한 편이다.

주택경기가 호황이었던 2002년의 주택공급은 66만호에 달했으나 최근 2~3년간은 강력한 시장안정대책, 경제성장 둔화 등의 원인으로 미분양주택이 늘어나고 주택공급이 50만호를 밑돌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주택공급이 상당히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주택공급은 경기에 상당부분 좌우될 수밖에 없지만 지나친 공급의 변동은 주택시장의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매년 주택공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경우 및 격년별로 주택공급이 변동하는 경우의 2가지 상황에 대한 정책효과 모의실험에서도 알 수 있다. 모의실험결과에 의하면 매년 일정한 주택공급이 이루어질 때는 공급이 주택가격이나 전세값에 미치는 영향, 즉 가격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격년별로 주택공급이 심하게 변동하는 경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게다가 주택시장이 안정을 회복하는데 소요되는 시간도 짧은 편이다. 이와 함께 일정한 주택공급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면 주택투자가 경제성장, 물가 등 국민경제에도 보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주택시장의 안정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주택경기에 따라 심한 변동을 보여 왔던 주택공급의 변동폭을 가능한 줄이면서 매년 일정한 수준의 공급을 유지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10년 동안 동일한 물량의 주택이 공급되었다고 하더라도 연도별로 공급격차가 심하게 나타났다면 주택공급이 시장안정이나 경제에 미치는 성과는 상당히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택공급은 민간주택업체와 공공부문으로 나누어지며 민간의 경우 주택경기에 따라 공급실적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경향이 강하다. 2001년 이후 공공부문은 매년 12만호에서 15만호의 주택을 공급한데 비해서 민간부문의 주택공급실적을 살펴보면 많을 때는 연 55만호를 상회했다가 주택경기가 나빠지면 30만호 초반수준으로 큰 폭 감소하는 상황을 보였다.

따라서 매년 일정한 수준의 주택공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공부문은 중장기적인 계획 하에서 매년 계획된 공급물량을 꾸준히 실현해 나가는 것과 함께 주택시장 침체시에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주택투자를 늘려 전체 주택공급의 급격한 변동을 줄이는 완충기능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주택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해 공급기반을 탄탄하게 하는 한편, 건설위주의 산업구조를 리모델링이나 개보수투자 등 보다 안정적이고 경기의 영향을 적게 받는 생산활동의 비중을 높이려는 노력도 따라야 할 것이다. 개보수활동은 주택신축이나 재건축 등을 대체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기변동에 따른 주택투자의 급격한 감소를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주택건설시장에서 리모델링을 비롯한 개보수활동의 비중이 상당히 높으며, 이들 국가에서 개보수투자는 주택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면서 주택경기의 급격한 변동을 완충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주택 개보수산업은 신건설수요의 창출을 통해 주택산업의 안정적 발전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노후주택의 질적 개선 및 활용도를 제고하여 국민의 주거생활 향상과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국토연 SOC·건설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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