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차례 비가 오더니 여름날답지 않게 하늘이 높아지고 맑아졌다. 햇살은 아직 따갑지만 산이 가깝게 보이고 거리가 깨끗해졌다. 어떨 때는 가을 날씨 같다. 기후변화로 가을은 이미 시작됐는지 모르겠다. 아침의 상쾌함에서 하루를 보람 있게 보낼 힘을 얻기도 한다. 며칠 전만 해도 그렇게 덥고 짜증스런 날씨가 계속되더니!

그러나 우리 업계를 둘러싼 뉴스는 어둡다. 올림픽 승전보가 아니라면 답답하기 짝이 없는 소식들이 그칠 줄 모르고 우리의 심사를 파고든다.

루머는 끝이 없고…

우선, 초대형 건설업체들에 대한 ‘부도 괴담’이다. 건설업 관계자라면 누구라도 알만한 초대형 건설업체 가운데 여러 업체가 조만간 부도가 나거나 경영난 때문에 인수합병 대상이 되고 있다는 소문이 이 괴담의 요지다. 현금유보금이 고갈됐다느니, 직원 급여도 못준다느니 등등 구체적 증거까지 덧붙은 이 괴담에 대해 ‘그냥 떠도는 루머일 뿐’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워낙 오랫동안 불경기를 겪은 터라 전문업계 종사자들을 안심시키기에는 부족하다. 대형업체의 부도가 하도급 전문업체의 부도와 직결된다는 걸 모르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해도 전문업계의 전망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첫째, 중소건설업체의 은행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중소건설업체의 연체율은 2.26%로 지난해 말 대비 0.80%포인트 늘어났다. 주목할 것은, 중소건설업의 연체율이 모든 산업 가운데 가장 높으며, 전체 중소기업 평균연체율 1.14%에 비해서도 2배나 높다는 점이다. 연체율이 높다는 건 경영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며, 금융기관의 대출축소로 이어져 경영난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다음은, 상반기 부도업체 숫자다. 전문건설공제조합 조합원(업체) 중 올 상반기 부도업체는 123개로 전년대비 6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증 청구액은 1천767억원으로 111%나 급증했다. 특히 부도업체의 상당수가 보증잔액이 10억 원을 초과하는 대형업체인 것으로 나타나 업계가 처한 현실이 실로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월별 부도업체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1, 2월에는 14~19개 회사가 부도났던 것이 6월 24개, 7월 22개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통계로도 부족하다면 이건 어떤가? 전문건설공제조합이 올 6월까지 신용평가 신청을 받은 조합원 중 매출액 5천만원이상 1만3천852개의 44%인 6천83개가 지난해 매출액이 감소했다는 사실은?

출구가 안 보이네…

한마디로, 전문업계는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매출액 추이에서 알 수 있듯 그 위기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다음에는 또 어떤 어두운 뉴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우리 협회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국토부 등 관련기관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공제조합과 설비협회, 시설물유지관리협회 등 우리와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단체들과 공동명의로 신문지면을 통해 대통령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전방위적으로 살 길을 찾아나선 것이다. 언제면 가을하늘처럼 맑고 깨끗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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