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권 확보를 위한 대책 간담회’.

유가 및 원자재가격 상승과 건설기계노조파업 등 전문업계가 당면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대한전문건설협회 토공사업협의회 주관으로 7일 열린 간담회장 전면에는 이런 글귀가 쓰인 대형 플래카드가 가로로 길게 걸려있었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간담회가 당초 예정했던 한 시간을넘겨 무려 두 시간 동안 진행되는 바람에점심시간도 건너뛰었지만 참석자 어느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10여 명의발언자들이 숨 돌릴 틈도 없이 전문업계가처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공동의 대처방안을 찾자고 나설 때마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전적인 지지와 동감의 목소리가 번져나갔다.

피눈물 나는 전문업계

그만큼 할 말들이 많았고, 그동안 제대로표출하지 못한 분노와 좌절감이 한 자리에서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날 간담회는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전문업계가 여태껏 쌓인 피눈물을 토로하는 자리였다.

‘민노총은 표준계약서에 일방적으로 책정한 단가를 써놓고는 무조건 도장을 찍으라고 합니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면허증을 반납합시다. 아니면 현장을 세우든지, 광화문에서 시위를 하든지 강력히대응합시다. 내가 앞장서겠습니다. 신나를뿌리고 (내 몸에) 불을 붙이겠습니다!’

‘원청사의 횡포가 도를 넘었습니다. ES적용은커녕, 설계 외 공사도 강요합니다. 안전관리비도 공과잡비에 넣어 처리하는 곳도 있습니다. 하도급신고도 정상적으로 하지 않는 건 예사입니다!’

‘어떤 덤프 운전자들은 일을 하고 싶어하는데 노조가 덤프 유리창을 깨고 불까지질러 출근을 방해하는 현장이 한 둘이 아닙니다!’

‘건설기계를 임대해서 쓰니까 노조가 저런 억지를 부리는 겁니다. 공제조합에 있는돈으로 우리가 장비를 사서 직접 투입합시다. 그러면 다시는 저런 꼴 보지 않아도 될겁니다!’

‘우리 회사는 현장이 15곳인데 지금 13곳이 서 있습니다. 가동이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뭉칠 때 강해진다

간담회 발언자들의 표현은 제각각이었지만 요약하면 한 가지다.‘ 단결의 힘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예상을 뛰어넘어 180여명이나 참석한 것도, 끝날 때까지 모두가 제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었던 것도‘혼자서는아무것도 이룰 수 없으니 이제야말로 뭉쳐서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발주처의 독선과 원청업체의 횡포, 억지로 점철된 근로자의 요구에 둘러싸인 전문업체가혼자의 힘으로 이 어려움을 극복해낼 길은없기 때문이다. ‘집단행동에 들어갔을 때원청회사의 회유와 협박을 견딜 수 있겠는가, 한 업체라도 이탈하면 집단행동 자체가무력화된다’며 걱정하는 이도 없진 않겠지만, 지금은 뭉쳐야 한다. 물리적 시위까지는아니더라도 이날 간담회와 같은 모임이라도 더 자주 열리고 더 많은 전문업자들이 참여해야 우리의 탈출구가 열릴 것이라는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 점에서 토공협의회의 간담회는 열린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단결된 힘을 보여줬기 때문에!!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