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홍수조절 기능과 천변저류지로 홍수 분담하고 생태계 보고로 활용

금세기의 기후변화와 기후변동은 홍수나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를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여름철이 되면 태풍과 집중호우로 인해 이상홍수가 발생하고 매년 평균 수 천억원대의 홍수피해를 입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홍수와 싸우는(fighting with flood) 전략을 진행하여 왔으나 최근 세계는 홍수와 더불어 사는(living with flood) 전략으로 홍수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어 가고 있다.

즉, 그동안 홍수를 완전히 차단하기 위하여 계속해서 하천에 제방을 쌓고 제방을 높이는 정책으로 일관하여 왔었으나 최근에는 홍수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하나의 일상으로 생각하고 홍수와 더불어 살아가는 다양한 방안들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홍수량을 하천에만 부담시키는 대신 홍수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저류시설, 방수로, 댐 등의 구조적인 방법과 기타 비구조적인 다양한 방법으로 홍수량을 분담하고자 하는 유역종합치수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들 방안 중 저류시설로써 천변저류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 정확한 정의는 없지만 현재 천변저류지에 대한 개념은 홍수가 발생하였을 때 하천변에 제방으로 보호된 상습침수지역(예:농경지)에 물을 일시적으로 저류시킴으로써 하류지역의 홍수피해를 저감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옛날 하천이나 홍수터를 복원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치수적 측면에서 천변저류지가 얼마만큼의 홍수조절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천변저류지를 댐과 비교하여 보면, 첨두홍수량을 저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댐과 기능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으나 홍수조절 측면에서 보면, 하천을 가로질러 설치하는 댐은 조절이 가능한 필요량 만큼의 홍수량을 차단할 수 있지만, 천변저류지는 제방을 넘어오는 홍수량을 수동적으로 조절해야 하므로 저류용량을 모두 활용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댐에 의한 저류량만큼의 용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단히 큰 천변저류지나 다수의 천변저류지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영국과 네덜란드의 경우를 간략히 살펴보면, 영국의 경우는 1970년대 초반까지 템즈강의 하천변을 따라 제방을 쌓고 제방고를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여 오다가 제방고의 증고를 줄이고자 강 하구에 거대한 수문을 설치하여 폭풍해일을 사전에 막고자 하였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델타 프로젝트를 수립하여 해안지역에 거대한 방벽(barrier)을 설치하고 내륙에는 제방사업을 수행하였다. 또한 하천의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하천의 흐름이 순리대로 소통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수행하였다.

위의 두 국가들은 막대한 홍수피해를 발생시킬 잠재성이 있는 지역은 거대한 수문이나 방벽 등을 설치하여 사전에 홍수피해를 차단하고자 하였고,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하천의 공간을 확보하는 천변저류지 개념으로 홍수 피해를 줄이고 비홍수기때는 자연하천과 생물다양성의 보고로써의 습지활용을 추진하여 오고 있다.

따라서 영국이나 네덜란드의 경우처럼 홍수피해발생의 잠재성과 지역적 여건에 따라 홍수방어를 위한 방안들이 달리 수립되고 수행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즉, 큰 홍수 피해발생 잠재지역에 대해 구조적인 홍수방어 대안으로 댐 등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고, 비교적 홍수 피해발생 잠재성이 적은 지역에 대해서는 천변저류지가 담당해야 할 홍수 분담량을 담당하도록 하여 치수적 측면의 가치와 생태적 측면의 가치를 보존하도록 하면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 국민적 정서나 수몰 지역의 생태 및 문화적 보존에 대한 가치가 크기 때문에 댐 건설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이고 필자 또한 이러한 측면에 동의를 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홍수발생 잠재성이 크고 구조적 홍수방어가 꼭 필요한 지역에 대해서는 천변저류지와 함께 댐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댐의 홍수조절과 같은 순기능과 함께 천변저류지를 조성하여 홍수기때는 홍수 분담량을 감당하고, 비홍수기때는 오염정화 등 환경적 기능과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생태계의 보고로써 천변저류지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인하대 토목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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