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은 경기 하남시의 의뢰를 받아 5월 9일자로‘하남시 하수압송관 이설공사’를 전문건설업체를 상대로 입찰공고했다.

추정공사비는 약 92억원. 오래된 불경기에일감을 목마르게 찾았던 여러 전문건설업체들이 전력을 다해 입찰준비에 나섰다. 그러나 이 공고는 마감시각(5월 22일 18시)을불과 두 시간 앞두고 취소됐다. 조달청은취소 사유를‘대한건설협회의 재검토 요청이 있어 재검토를 위하여 취소함’이라고만밝혔다. 대한건설협회는 일반(종합)건설업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다. 즉 조달청은일반건설업체를‘봐주기’위해 입찰공고를취소했다고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전문업’, 보호는 못할 망정...

문제의 공사 입찰공고 취소 바로 다음날인 5월 23일부터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와 경기도회는 수차례에 걸쳐 서울지방조달청장에게‘이 공사는 상하수도설비공사업으로 전문건설업종’이며, ‘상하수도 관로 매설을 위한 토공사는 상하수도 공사의일부’이고,‘ 맨홀등과같은구조물은관로시설의 일부이므로 상하수도 공사의 주된공사’며,‘ 다른공종이일부포함되어있다고 해도 하나의 전문공사를 형성할 경우에는 건설산업기본법상 전문공사’이므로‘당초대로 상하수도설비공사업으로 발주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보냈으나 전혀반영되지 않았다. 대신 조달청은‘공사 규모가 크고, 부대공사의 비율이 일정 규모를넘어서는 만큼 전문공사가 아니라 일반공사라고 보아야 한다’는 지극히 도식적이자행정편의주의적 논리만 펴왔다.

참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입찰 마감겨우 두 시간 전에 공고를 취소한 것과, 전문업체의 영역임이 분명한 공사를 일반공사라고 우기는 것도 그렇지만‘대한건설협회의 재검토 요청 때문에 취소했다’는 설명은 앞으로 어느 누구든 조달청에‘재검토 요청’등 민원을 제기하면 어떤 입찰공고도 취소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납득 힘든 공고 취소 사유

조달청은 일반업체의‘떼’에 못 이겨 이공사 입찰공고를 취소했다가 제 스스로 발목을 잡아버린 셈이 되었다. 한 발만 앞서내다보는 지혜가 있었다면 없었을 일이 벌어진 건 조달청 사람들이 어리석기 때문일까, 아니면 무슨 다른 이유가 또 있을까 궁금한 대목이다.

어쨌든 바로 이런 일들이 전문건설업체들로 하여금‘정부는 왜 일반업체만 섬기는가’라는 불만과 함께, ‘정부가 앞장서서전문업체를 홀대하니 일반업체들도 전문업체에 아무런 가책도 느끼지 않은 채 온갖불공정거래를 일삼게 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요인이다. 실제, 구두계약으로 착공을 시켜놓고는 정식계약을 앞두고는 야간작업을 하라느니, 기술자를 더투입하라느니 등등 까다로운 조건을 붙여서 일을 맡은 전문업자로 하여금 두손과 두발 모두 들게 하는 대형 일반업체의 행태는더 하면 더 했지 절대 줄어들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가 일반업체를 감싸는 것 못지않게 전문업체의 형편을 감안한 형평성 있는정책을 펴왔더라면 아무리 대형 일반업체라 하더라도 이와 같은 막무가내식 하도급발주는 감히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조달청은‘중소기업을 보호하는 대신 힘의 논리를 앞세운 대기업만을 위한 행정기관’이라는 비판을 아무리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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