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웅 한국일보 경제부 차장

원주민·아파트 건설사엔 200만원… 기업엔 40만원
 ‘특혜 유치’무리수 말고 국민이 수긍할 수 있게 해야

세종시를 행정도시에서 기업도시로 바꾸는 게 과연 ‘옳으냐, 아니냐’에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행정수도 분할에 따른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견해도 맞는 이야기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지방의 균형 발전을 꾀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논란만 분분할 뿐이지 어느 판단이 옳았느냐에 대한 검증이 불가능하다. 추진 결과가 적어도 20년 후 아니, 50년, 100년 뒤에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채택되지 못한 안을 그때 가서 다시 실행해 볼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애당초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이 있다.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온 정부 여당의 무리수다. 정부는 세종시에 기업과 학교를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 등 세제와 부지 매입 과정에 특혜를 주겠다고 했다.

정부는 기업들이 세종시에 들어올 경우 원형지를 3.3㎡ 당 36만~40만원 선에 제공하겠다고 했다. 기반시설 조성 원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발을 완료해 분양하는 것으로 치면 3.3㎡ 당 약 70만원 선으로 분양하는 셈이다. 어찌 생각하면 ‘기업에 그 정도의 혜택은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향후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우선 같은 세종시에서 공동주택지(아파트 용지)를 구입한 건설사들의 무더기 계약해지 내지는 분양가 인하 요구가 쏟아질 수밖에 없다. 건설사들은 지난해 세종시에서 택지를 공급하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3.3㎡당 아파트 규모별로 200만원에서 300만원 정도에 땅을 샀다. 누가 같은 땅을 3~5배나 비싸게 주고 산 사실을 알고 그냥 넘어가겠는가. 더 큰 문제는 세종시에 살았던 원주민들이다.

예전 연기군에 살았던 주민들은 토지 수용비로 3.3㎡당 약 60만원 안팎을 받고 타지로 이전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세종시에 택지를 다시 재분양 받으면서 3.3㎡당 약 200만원을 내고 땅을 샀다. 수십년, 수백년을 살았던 이곳의 주인이 돈을 벌기 위해 들어오는 외지 기업보다 3배 이상 높은 땅값을 지불하는 것이 말이 될까?

이뿐 아니다. 세종시 입주 기업에 과도한 특혜가 주어지면 주변지역은 물론이고, 전국에 퍼져 있는 혁신도시와 기업도시까지 피해가 불가피하다. 우선 세종시 인근 오창지구 산업단지에 들어올 기업이 주춤할 수밖에 없다. 오창지구 산업단지의 부지 분양가가 세종시보다 훨씬 비싸지기 때문이다. 과학비지니스벨트로 추진해오던 인근 대덕도 치명타를 받게 됐다.

정부는 이런 역차별을 막기 위해 전국의 혁신도시와 기업도시에도 같은 형태의 원형지 개발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임시로 이들 지역의 반발은 막을 수 있겠지만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부근에 있는 또 다른 신생 도시들은 세종시 인근 지역과 같은 피해를 보게 된다. 그렇다면 이들 지역에도 또 특혜를 베풀 것인가? 특혜가 또 다른 특혜를 부르는 격이다. ‘안 오겠다’는 기업을 억지로 유치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런 무리수는 예상치 못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나온 이후 재계 일각에서 ‘세종시는 꽃놀이패’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는, ‘돈 되는 게임’이라는 말이다.

세종시 수정안 추진은 분명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이를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나오는 부작용은 어쩌면 수정안의 긍정적인 면보다 더욱 큰 폐해를 불러 올 수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확신이 있다면, 특혜로 해결해선 안 된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기업 설득보다 국민 설득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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