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이 요즘 전문건설업체에 부리는 횡포를 보면 막가파가 따로 없다는 느낌이다.

건보공단은 국민권익위원회(구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잇따른 시정권고에도 불구하고 부당한 건보료 납부를 요구하더니 최근에는 그것도 모자라 납부를 계속 거부하면 국세청에 통보해 불이익을 받도록 하겠다는 등의 협박도 서슴지 않고 있다.

건보료는 국민의 질병치료권과 관계가있으므로 납부의무자는 누구나 이를 회피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건보공단이 전문건설업체에게서 징수코자하는 건보료는 그근거가 없음이 여러 관련 기관의 판단에서이미 드러났다.

오불관언, 이제 그쳐야


건보공단은‘시공참여자는 전문건설업체가 고용한 근로자’라는 이유로 이들에 대한 사용자분 건보료를 전문건설업체가 납부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건보공단의 감독기관인 보건복지가족부는‘시공참여자는 근로자가 아니라 사용자’라고 유권해석한 바 있다. 즉, 시공참여자가 사용자이므로 시공참여자 본인은 물론 그가 데리고 일한일용근로자들의 사용자분 건보료 납부의무자는 전문건설업체가 아니라 시공참여자라고 본 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만이 아니다.국민권익위원회도 두 번씩이나 건보공단에‘전문건설업체에 건보료를 징수하는 것은옳은 것이 아니다’며 시정권고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두 기관의 유권해석과 시정권고에도 오불관언(吾不關焉)으로 일관해온 건보공단은 징수가 여의치 않자 최근에는‘국세청에통보해서 불이익을 받도록 하겠다’거나 사업장 지도점검이라는 명목으로 전문건설업체를 찾아다니면서 2005년부터 최근까지의 각종 서류들을 제출을 요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징수에 불응하는 업체를 괴롭히고있다. 건보공단은 나아가 지난 3년치 정식직원 급여대장, 원천징수이행상황 신고서,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손익계산서, 대차대조표, 일용잡급임금대장명세서 등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과태료까지 부과하고 있지만 그 근거도 모호하기 그지없어 업체들을 당혹하게 하고 있다.

건보공단이 자료제출 요구 근거라고 주장하는 국민건강보험법 82조는‘가입자의거주지 변경 또는 보수 소득 기타 건강보험사업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신고하게 하거나 관계서류를 제출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가입자에 대한 서류제출 요구규정일 뿐 근로자에 대한 요구규정은 아님이 분명하다.

건보공단도‘을’이다

얼마 전 국세청은‘을의 자세로 납세자(기업)들을 대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업에게는‘갑’중의‘갑’인 국세청이 왜 기업을‘갑’으로 섬기겠다며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선언한 것일까. 본분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와 공무원, 나아가 공공기관은 국민을 섬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국민으로부터 섬김을 받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님을자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건보공단도‘을’이 되어야 한다. 기존의 규정 때문에 전문업체로부터 건보료를 징수할 수밖에 없다고말하는 건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다. 잘못된 판단이라고 유권해석이 내려진 규정이라면 가만히 앉아서 그 규정이 고쳐질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개정에 나서는 것이‘을’의 자세이다. 건보공단도 을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그것뿐이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