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값 인상에 사재기까지, 현장 올스톱’ ‘품셈 너무 낮아 공사 못해먹겠다’ ‘현장을 줄여라, 제도 급변에 업계 불안심화, 공사 수주 기피’ ‘최저가 낙찰제, 적용대상 확대로 부실공사 우려’ 최근 몇 주 사이 전문건설신문에 등장한 기사 제목들이다. 어느 것 하나 우리 업계를 위협하지 않는 것이 없다. 가히 전문건설업은 사면초가에 몰려있다 할 만하다.

끝이 안 보이는 터널

4월 25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 1분기 건설업 성장률은 0%였다. 건설업 성장률이 이처럼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 것은 전체 경제가 부진하기 때문이라고만 봐서는 안 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공사업이 축소되거나 연기된 것이 더 큰 원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신규공사가 줄어들면 현재 하고 있는 공사에서라도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원자재 가격은 오르고 품셈은 떨어지며, 업체에 새로운 부담을 지우는 제도는 속속 등장하니 못해먹겠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저절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원자재가격은 한 품목의 가격이 안정된다 싶으면 금세 다른 품목이 요동을 치고, 그것 때문에 간신히 안정시킨 품목이 다시 꿈틀거리며 다른 품목으로 가격 상승 현상이 확산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철근, 아스콘 등등이 그렇다.

300억원 공사까지 적용되고 있는 최저가 낙찰제 확대의 부작용과 폐해는 하도 여러 번 지적, 다시 언급하기 민망한 형편이다. 이런 문제들에다 공사대금 대신 아파트를 떠안기는 등 원도급업체의 부당한 대물결제관행까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면 터널 속에 들어와 끝이 안 보인다는 게 바로 이런 느낌이라 하겠다.

외생변수 탓이긴 한데...

이 터널 속이 더 캄캄하게 느껴지는 건, 어떤 문제도 우리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외생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들이라는 점이다. 원자재의 경우만 보자. 철근가격 급등은 중국의 수요급증으로 인한 것이니 중국의 건설경기가 죽지 않는 한 쉽사리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품셈쪽에서는 업계와 협회 차원의 꾸준한 이의제기로 인해 몇 몇 공종에서 재조정 혹은 현실화를 위한 현장 재실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가 바라는 전면 재조정의 길까지는 멀기만 하다.

제도변경에 따른 현장의 분위기는 또 어떤가. 시공참여자제도 폐지, 4대 사회보험 적용 등의 제도가 잇따라 도입되면서 관리부담을 못 견디는 업체가 늘어났다. 원도급업체나 일용근로자들과의 마찰이 심해진 탓에 현장을 최소한으로 줄여 분위기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업체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어려울 때일수록 ‘공격경영’이 필요하다는 금언보다는 ‘최선의 방어가 최고의 공격’이라는 방어적 경영전략이 팽배해지는 현실이다. ‘공사를 할수록 적자가 나고 상황이 언제 안정될지 모르는데 죽는 걸 알면서 뛰어들 수는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어쩌면 ‘이제는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절망의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이 상태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게 과연 없는지, 있다면 그 방법은 무엇인지를 언제면 알 수 있을 것인가. 이 지긋지긋한 외생변수들을 제거해버릴 내부적 성장동력은 찾아낼 수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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