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1호 숭례문이 10일 밤 잿더미로 변했다. 참으로 부끄럽고 참담하다. 대한민국자존심과 겨레 얼의 상징이 어처구니없이무너져버린 것이다. 숭례문은 조선조 태조때인 1398년 완공되어 몇차례 보수공사를하긴 했지만 600여년의 긴 세월을 지켜온수도서울의 정문인 셈이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그리고 .25전쟁같은 험난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그 자태를 굳건히 지켜왔다. 선조들의 보살핌으로 600여년을지켜온 숭례문이 불과 5시간 만에 시커먼숯덩이로 변했다. 이를 지켜본 국민들의 마음도 시커멓게 타들었다.

숭례문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중부소방서에 접수된 시각은 10일 오후 8시 50분,소방관들이 출동한 것은 약 3분뒤인 오후8시 53분이었다. 발화시점이 오후8시 48분쯤으로 추정되고 있으니 화재가 발생한 뒤곧바로 신고됐고 소방당국이 즉각 현장에출동했는데도 초기에 화재를 진압하지 못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국보1호가불타고 있는데도 소방당국과 문화재청은우왕자왕하며 시간을 낭비했다. 초기에 적극적으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었는데도 화재가 이처럼 커진것은 우리나라의 문화재방재시스템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이 마련한‘문화재별 화재위기 대응현장조치 메뉴얼’에는 문화재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진압해야 하는지에 대한설명이거의없다.‘ 침착한소화활동’을강조하면서‘불꽃의 아랫부분을 끈 후 윗부분을 꺼야하며 화점(불이난곳)을 중심으로 포위하여 소방시설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어 지극히 상식적인 설명에그치고 있다.

방화로 밝혀진 이번 화재사건을 보면서국보1호인 숭례문을 지키는 사람이 야간에는 단1명도 없다는 사실도 어처구니 없는일이다. 숭례문 관리를 위임받는 울시는‘숭례문을 시민에게 돌려준다’며 2005년주변에 광장을 조성하고 2006년에는 중앙통로까지 개방했다. 국보1호는 누구나 쉽게 접근 할수 있게 됐지만 오후8시 이후에는 상주하는 관리자 없이 무인경비업체의CCTV와 적외선감지기에만 의존해 외부인의 출입사실만 알수있을 뿐이다.

숭례문에는 또한 최소한의 안전장비도갖춰있지 않았다. 유일한 소방장비는 누각1, 2층에 4개씩 놓여있던 소화기 8대가 전부였고 스프링클러나 화재경보장치 등과같은 기본적인 화재안전장비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불이 났을 경우 이를 진화하는화재진화훈련을 제대로 한번 해 본적이 없다. 중부소방서는 지난 4월 회현 119치안센터와 함께 숭례문 화재대비 가상훈련을 한바 있다. 그러나 실제 훈련이 아니라 불이났을때 소방차를 어디에 세울 것인가 등의형식적인 훈련에 그쳤다. 문화재청과 소방방재청의 합동훈련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는 것 역시 큰 문제이다.

문화재 방재에 대한 구체적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으면서 숭례문이 전소된 뒤 화재진압과 관련된 소방방재청, 서울중구청, 문화재청 사이에서 책임 떠넘기기 공방이 벌어지고 있으니 이 또한 어이없는 일이다.

벌써 숭례문 복원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나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이번 화재원인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비슷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완벽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 경복궁, 덕수궁, 창경궁을 비롯 수많은 목조건물이 여전히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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