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지 심부 시공기술·경험 부족 법·제도와 도시계획 정비도 시급

지난 2005년에 발간된 OECD의‘서울지역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및 수도권에서는 교통량의 집중과 정체로 인해 2002년 기준 약 12조5천억원의 비용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도권 GDP의 3~4%에 해당하는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인구가 대도시에 집중되어 지상의 가용공간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주택, 녹지 및 공원 등의 확충이 어려워져 대도시에서의 삶의 질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선진 외국에서는 대도시의 교통 체증을 해소하고 지상 녹지공간 확대를 통한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도심지 지하도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부터 다양한 도심지 지하공간 프로젝트가 제안되었으나 IMF로 인해 모든 사업이 보류·중단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서울시 등 지자체를 중심으로 도심지 지하 공간 활용과 관련된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다시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 소형차 전용 지하 도로 건설 계획에서는 올림픽대로 등 총 7개 구간 하부에 지하도로의 건설을 검토하고 있어 계획이 실현될 경우, 수도 서울의 교통 체증 해소와 함께 관련 건설기술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이 국내·외적으로 대도시 심부 지하를 활용한 다양한 지하공간사업들이 21세기의 새로운 메가 프로젝트로 고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2006년 한국공학 한림원에서 8대 주요산업에 대한 한·중 양국의 기술수준을 분석한 결과, 건설분야에서 장대터널의 설계·시공능력은 이미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우수한 것으로 평가 되었다. 이는 중국이 시장규모의 확대를 통해 기술과 경험을 상당히 축적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경제적이고 친환경 적인 첨단 터널 건설기술 개발을 위한 노력 없이 과거의 저가 수주 방식에만 의존해서는 다양한 국내·외 도심지 지하공간사업에 참여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산악지역의 터널 및 지하공동 건설과 도심지 천층의 지하철, 공동구 건설 등에 있어 상당한 수준의 기술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도심지 심부의 대단면 장대터널과 지하대공간에 대한 근접시공, 기계화·자동화 시공, 안전굴착 및 시공관리 분야 등에 있어서는 관련 기술과 경험이 매우 미진한 상황이다.

법·제도적인 측면에서도 보상 기준이 모호하고 지하공간을 다루기 위한 상세 법규가 전무한 상황 이어서 지하공간사업 추진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과거 무분별하게 추진된 각종 지하시설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여 신규사업 추진 시 합리적인 지하공간의 이용경로 설정이 어렵고, 시공중 예측하지 못한 지하 지장물에 의 해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도 내포되어 있다. 더욱이 지하공간에 대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방재관리 기준과 관련 기술이 미흡한 점, 지하공간의 안전성과 대형사고의 발생가능성에 대한 이용자들의 막연한 편견과 두려움도 지하공간 개발을 저해하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대도시의 대규모 지하공간을 합리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제도 및 도시계획의 수립이 매우 시급하다. 또한 무엇보다도 건설 중 주변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제적인 시공을 도모하기 위한 핵심기술 개발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지하공간 이용자의 심리·생리적 영향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도 요구된다.

이상과 같은 핵심기술 확보의 필요성 때문에 국토해양부에서는 2007년 ‘건설기술 중장기 R&D 계획수립’을 통해 ‘도심지 지하대 공간’을 전략프로그램으로 설정하고 이에 대한 로드맵을 작성하였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는 상기 계획수립 연구에 참여하여 기술개발의 비전 및 목표 설정에 기여하였다. 또한 ‘IT 및 신소재를 활용한 터널 급속시공기술 개발 연구단’과 ‘지하공간 환경개선 및 방재기술 연구단’에서는 우리나라의 뛰어난 IT기술과 국산 소재 기술을 접목한 경제적인 첨단 터널 시공기술 개발 및 다양한 지하 생활공간과 지하구조물에 대한 방재기술 확보를 목표로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연구노력은 안전하고 경제적인 터널 건설 기술 확보와 다양한 대도시 지하 공간 활용을 위한 초석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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