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건축기본법 시행으로 건축·도시분야 새 방향타

2007년 11월 건축·도시분야의 미래를 대비하는 「건축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금년 6월부터 시행을 위한 시행령 제정 등의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건축기본법」은 우리나라에서 근대적인 건축 활동이 시작된 이래 지속되어온 확장·개발·규제 일변도의 건축·도시행정에서 벗어나 문화와 디자인 마인드를 바탕으로 21세기 국토의 새로운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일대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사한다.

건축·도시분야에서 이미 확고한 선진국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국가들이 건축·도시정책을 전담하는 국가기구를 두고, 통합적인 국가정책을 수립·시행하는 이유는 21세기 국가의 문화경쟁력이 디자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발전하는 건축·도시분야에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석유자원의 고갈에 대비하여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새로운 건축·도시 건설을 통해 찾고자 하는 UAE의 ‘두바이 건설프로젝트’나 전통과 현대적인 건설기술의 조화를 강조한 ‘푸트르자야 신도시건설’을 통해 국가의 정체성과 기술력 및 성장잠재력을 확인한 말레이시아의 경우도 건축·도시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앞선 건축정책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들에 비하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기존의 구조·설비·안전·용도 등을 규제하는 건축법을 넘어 국가와 지자체 그리고 국민의 공동 노력을 통해 구현하여야 할 건축의 공공적 가치를 규정한 건축의 기본이념이 새로이 설정되고 있다. 이러한 이념을 실행하기 위한 통합계획인 ‘건축정책 기본계획’ 수립, 건축정책의 심의·자문·조정을 위한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설치, 공공건축 디자인의 시행과 건축디자인 시범사업, 민간전문가의 참여기회 확대 등 건축문화 진흥을 위한 지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건축기본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은 향후 건축·도시분야의 새로운 방향타가 되어 줄 효과적인 정책도구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건축·도시분야에서 여전히 디자인 열등국인 것 역시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사실은 세계 건설시장점유율 추이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200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설계부문 시장점유율은 0.21%로 미국의 41.8%, 영국의 14.5%, 일본의 3.8% 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며, 중국(1.0%)과 비교해도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서울시는 도시의 경쟁력을 공공디자인의 개선을 통해 회복하고자 63명 10개 팀으로 구성된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디자인서울총괄본부는 앞으로 ‘디자인 기본계획’과 ‘디자인 가이드라인 수립’, ‘서울색 정립’, ‘광고물 수준향상’, ‘야간경관 업그레이드’, ‘공공디자인 선도사업’, ‘공공디자인 표준화사업’, ‘서울상징 개발사업’ 등을 통해 서울을 세계 10위의 도시경쟁력을 갖춘 살기 좋은 도시로 변모시켜나갈 것이라고 한다.

올해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에서도 정부 조직의 통폐합과 함께 건설교통부 의 명칭에 ‘건설’ 대신 ‘국토’라는 용어를 고려하였다. 실제로 국민소득 2만불 이상을 달성한 국가에서 ‘건설’을 표방하는 부처를 지닌 국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에는 주택도시개발부(Department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 영국에는 커뮤니티와 지방정부 담당부서(Department for Communities and Local Government), 네덜란드에는 주택·공간계획·환경부(VROM, Housing, Spatial Planning, & Environment)가 존재하며, 우리와 유사한 정부조직을 지닌 일본의 경우에도 과거 건설성을 국토교통성(Ministry of Land, Infrastructure and Transportation)으로 이미 변경한 바 있다.

새로운 정부의 출범과 함께 건설분야도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한 국제경쟁력 확보와 함께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감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국토환경에 대한 정책적 패러다임도 효과적인 개발과 관리, 보전의 개념을 뛰어 넘어 새로운 기능과 미래가치를 중심으로 국토환경을 재편하는 이른바, ‘국토환경의 디자인’ 개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올해를 ‘국토디자인 원년’으로 선포할 것을 제안한다.  〈건설기술연구원 원장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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