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과 H형강 건설원자재가격이 급등하면서 자재구입이 어려워진 중소건설사들의 공사현장이 중단되는 사례까지 나타나는 등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 톤당 45만5천원 하던 철근가격(고장력 10mm기준)이 최근에는 69만1천원으로 50% 이상 급등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 가격에도 철근을 구매하기 힘든 실정이다. 한 중소건설업체 관계자는 “철근의 공식적인 가격이 톤당 69만원대라고 하지만 우리 회사는 이보다 3만~4만원이나 비싼 가격에 구매하고 있는데 그나마 오랫동안 거래해오던 단골업체여서 나름대로 혜택을 받고 있는 입장”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울지역의 한 중소건설업체 사장은 “작년말에는 철강재 구득난이 심각하기는 했지만 부족한 물량이라도 대형건설사와 비슷한 가격에 들여올 수 있었으나 최근 가격이 급등하면서 톤당 75만원 안팎의 견적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H형강도 최근 가격이 크게 올랐다. H형강은 1년전 소형제품은 톤당 58만원, 대형제품은 62만4천원이었으나 최근에는 소형제품 판매가격이 톤당 74만원, 대형제품은 77만9천원으로 각각 27.6%, 24.8%씩 올랐다. 제강업계는 또 다음달 출하물량부터 H형강 가격을 톤당 6만원씩 추가로 올릴 계획이어서 소형은 톤당 80만원 대형은 83만9천원을 내야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중소건설업계는 올 들어 철근과 H형강 등 철강자재 값이 수직상승하고 있는 것은 최근 들어 철강재 유통업체들이 이중가격구조를 적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 당국에서는 철강재 가격급등은 공급부족 뿐만 아니라 유통관련 업계의 매점매석이 오히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건설 기초자재인 레미콘과 비교할 때 철근의 수요증가와 가격인상폭이 훨씬 큰데다 국내 제강공장에서 철근이 분명히 만들어졌으나 국내시장에 수입된 철근물량보다 훨씬 적은 양만 시중에 판매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의 한 구매팀장은 “크고 작은 유통상들이 물량을 확보한 뒤 영업활동을 중단하다시피 하고 한편으로는 가격인상 소문을 퍼뜨림으로써 가수요를 유발하고 있다”며 “실제 건설시장 수요는 그리 대단치 않은데 매점매석이 구득난과 가격급등을 불러왔다는 게 정확한 진단”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진단에 따라 정부도 대책 찾기에 나섰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미 지난 5일 재경부 물가안정대책 태스크포스 회의에서도 전체적인 물가 동향과 함께 매점매석 행위에 대한 합동조사 방안을 논의했다”며 “조만간 공정위, 국세청은 물론 산자부, 건교부 등과 관련 실무회의를 개최해 조사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건을 쌓아두고 가격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매점매석 행위는 상도의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바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명백한 불법행위다.

정부는 지난 2003년 자제대란때 합동단속반을 가동해 전국의 철근 생산업체와 유통상, 골철상 그리고 건설업체 등을 대상으로 철근 매점매석행위를 조사해 불법행위가 드러난 3개 유통상과 2개 고철상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는 한편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하는 등 처벌을 했다.

우리는 정부당국이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시장을 교란해 부당한 이득을 취한 매점매석행위에 대해 보다 강력히 제재할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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